잘가요 엄마

잘가요 엄마

  • 자 :김주영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2-07-2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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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등단 만 41년, 마침내 써내려간 그 이름, ‘엄마’





‘엄마’만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부르게 되는, 항상 부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것만 같은 그 이름, 엄마. 『잘 가요 엄마』는, 일흔셋, 노년에 접어든 작가 김주영이 등단 41년 만에 처음 부르는 사모곡이자, 그 내밀한 고백이다.



철부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생애에서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었다. 그 외에 내가 고향을 떠나 터득했다고 자부했었던 사랑, 맹세, 배려, 겸손과 같은 눈부신 형용과 고결한 수사 들은 속임수와 허물을 은폐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였다. 이 소설은 그처럼 진부했었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몰라, 난. 누나보다 엄마가 싫어.”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그리고 2010년 발표한 『빈집』까지, 등단 41년, 일흔셋의 나이, 천부적인 이야기꾼 김주영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작가생활 동안 그 걸음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긴 시간, 한 번도 그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 ‘엄마’.

작가는,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 수밖에 없는 그 이름을, 비로소 소리내어 부른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어머니인 동시에, 우리 시대 모든 어머니들이 살아낸 모성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길고긴 산고를 겪고, 제 젖을 물리고, 제 살을 떼어주며 우리를 키워낸 어머니. 그 촌스럽고 어리석고 못난 이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이다. 미련하고 바보 같은 엄마의 이야기는, 그래서, 대가 김주영의 단련된 손끝에서 더욱 미련하고 촌스럽게, 그래서 더욱 아프게 그려진다.



“잘 가요, 엄마! 안개처럼 씨앗처럼……”



새벽, 불길한 예감의 전화벨소리.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아우의 전화다. ‘나’는 시큰둥하게 전화를 끊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회사로 향한다. 이튿날 새벽에야 고향에 도착한 나는 짐짓 성의 없는 태도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다. 아흔네 살의 노구는 바싹 말라 있었다. 잘 때를 제외하곤 평생 누운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어머니였다.



그들은 (……) 어머니 시신을 염습대로 옮겼다. 나는 난생처음 누워 있는 어머니와 만났다. 그때까지 잠자리가 아닌 이상 누워 있는 어머니와 대면한 적은 없었다. 나에게 어머니는 그처럼 언제 어디서나 서 있는 사람이었다._본문에서



그 안쓰러움 몸뚱이가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염해지고 이내 불태워진다. 아우와 함께 “한줌의 먼지”가 된 어머니를 뿌린 곳은 내 유년의 슬픈 추억이 담긴 장소. 어릴 적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면서, 줄곧 뻣뻣하게 어머니를 대해온 ‘나’도 자꾸만 마음이 무너져온다.





나는 어느새 생각하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혼자였다.




‘나’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그는 ‘나’와 엄마를 버려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늘 어려운 형편이었던 우리 집은 엄마가 막일을 하며 품삯을 받아 근근이 생활했다.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외삼촌 내외도 커다란 짐이었다. 그나마 외삼촌의 딸 애숙이 누나가 말동무를 해주며 어린 ‘나’를 돌봐주었다. 엄마가 일을 다니던 권씨 댁의 모자란 아들 정태와도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엄마가 재혼을 했다. 새아버지가 두렵고 싫었던 ‘나’는 자꾸만 밖으로 돌았다. 의지하던 애숙이 누나마저도 정태와의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엄마와 짜고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나’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다. 어린 ‘나’의 눈에, 나를 잘 키워내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모습은 오히려 구차해 보일 뿐이다. 결국, ‘나’는 애숙이 누나처럼 엄마를 떠나기 위해 멀리 가출을 감행한다……





아무렇게나 떠나셨지만 아무렇게나 떠나보낼 수 없는 어머니



소설은 엄마의 죽음을 배다른 아우에게서 전해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제 발로 고향을 떠나 떠돌이로 살게 만든 엄마에 대한 원망을 노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떨쳐버리지 못한 ‘나’는, 엄마의 장례에 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엄마에 대한 애잔함과 미안함이 ‘나’로 하여금 자꾸만 흔들리게 만든다. 비록 육신은 한줌 뼛가루가 되어 흩어졌지만 당신의 마음까지 흩어져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유명을 달리하는 순간 오히려 시나브로 다가와 아련히 스민 당신. 아무렇게나 떠난 엄마지만, 결국 ‘나’는 엄마를 아무렇게나 떠나보내지 못한다. 장례를 치르고 아우와 함께 돌아온 ‘나’는 엄마가 쓰던 싸구려 비닐가방 속에서 한 번도 쓰지 않은 립스틱을 발견한다.



아우의 손이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 하나를 집어올렸다. 그것은 놀랍게도 립스틱이었다. 아우가 뚜껑을 열고 립스틱을 위로 밀어올렸다. 빨간색 립스틱이 흡사 어머니의 영혼인 것처럼 앙증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아우와 나는 서로 눈을 마주친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어머니 립스틱 바른 모습 본 적 있어?”

“본 적 없어요.”

(……)

어머니가 그걸 써봤든 못 써봤든 몇십 년 동안 핸드백에 립스틱을 넣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어머니 역시 여자였구나, 싶은 연민이 뒤통수를 쳤다._본문에서



어려운 살림을 챙기며 자식을 돌보느라 엄마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그 무엇, 그러나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소중히 간직해왔던 그 무엇, 엄마가 엄마임을 당연하게만 여겼던 자식들은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바로 그 무엇. 엄마도 결국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하고 아픈 이야기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무언가 어렴풋이 내 시선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먼지였다. 내 심장을 덮고 있던 미세한 먼지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져 날아가고 있었다. 안치실 냉동 캐비닛에 갇혀 있었으므로 성에가 하얗게 끼었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주잔을 들이켜며 눈물을 훔치던 아우의 얼굴이 어둠 속 멀리로 흩어지는 먼지 사이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둠이 깔리는 차창 밖으로 산기슭에 기대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이 지나갔다. 완만한 언덕을 기어오르는 사래 긴 보리밭이, 동구 앞 들머리를 푸른 잎으로 가득 채운 느티나무가, 바람에 떨고 있는 상수리나무가, 허리 굽은 소나무와 쥐똥나무 울타리가, 냇가의 논둑에 홀로 서 있는 백양나무가,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산골 아이들의 모습이 풍경처럼 스쳐갔다.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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