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일 문학선 01〉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문학선 01〉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 자 :도정일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4-04-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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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당신은 안다. 세상이 쓰잘데없다고 여길지 몰라도 우리네

삶에 지극히 소중하고 고귀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안다.”

― “이 책은 한 시대에 대한 나의 존재 증명”, 인문학자 도정일의 첫 산문집



시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시는 이야기를 갖고 있고 이야기로의 번역이 가능하며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시 한 편이 응축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긴 영화 한 편이 나올 수도 있다. 시의 1분은 영화의 한 시간, 산문의 두 시간이다. _?지붕 위의 소년? 중에서





도정일 문학선 1권, 2권 동시 출간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가 함께 출간되었다.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 두 권은 저자의 첫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1994)가 출간된 지 20년,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2008)이 출간된 지 6년 만에 나오는 단독 저작이다. (현재 절판 상태인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출간 20주년 개정판으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바쁘게 지내느라 그간 저서 출간에 인색했던 그가, 자신이 “한 200년 사는 줄” 안 “바로 이반 이상의 바보 도반”이라 자평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정돈해 세간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1권)과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2권)는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도정일 산문의 정수를 엮은 것이다. 20여 년 동안 씌어진 글들을 한 권, 한 권으로 묶은 까닭에 글꼭지 말미에 발표지면과 시점을 밝혀놓았다.



도정일은 “지금쯤 우리는 쓰잘데없어 보이는 것들, 시장에 내놔봐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들, 돈 안 되고 번쩍거리지 않고 무용하다는 이유로 시궁창에 버려진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기억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그것들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다시 챙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1권 표제의 의미를 전한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서는 전방위 인문학자의 사상 전반이 총론처럼 제시된다. 그가 은연중 제시한 ‘목록’들이 앞으로 연이어 출간될 ‘도정일 문학선’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에서는 그의 ‘목록’ 중 일부가 좀더 구체적으로 집약/제시되고 있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라는 표제는 ‘이야기로 아들을 키운 여자’인 괴테의 어머니 회고록에서 한 구절을 따온 것이다. 책과 이야기의 개인적?사회적 효용을 ‘문학적’으로 역설하는 두번째 산문집은 저자가 문화운동가로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일으키고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 일에 몰두해온 맥락과 함께 읽히기도 한다.





도서관, 자전거, 시詩, 바람, 고향



도정일은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서 그 표제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그 목록을 “당신과 내가 앞으로 끊임없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완의 목록으로 남겨두”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산문집을 읽다보면 독자는 ‘저자의 목록’을 은연중에 발견하게 된다. 표나지 않게 드러나 있는 산문집 속 ‘도정일의 목록’은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과 수사와 어우러져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1부 ‘선물의 도착’은 재밌는 캐릭터들이 들고 나온 다양한 사연들로 풍성해서 글 하나하나가 장편掌篇처럼 읽히기도 한다. 3 곱하기 3은 9이겠지만 10으로 계산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계산 바보(산치), 현미경 들여다볼 줄 몰라 식물학계 전대미문의 바보가 된 유명 작가 제임스 서버, 도서관 문 닫을 적 거기다 자신의 혼을 반 넘게 놓고 나왔다는 고 박완서 작가의 소녀시절 회고담, 수학의 난제 푸앵카레 가설을 풀고서 세간의 돈, 명예, 권력, 심지어 취직까지 거부한 불세출 수학 천재 그리고리 페렐만, 세상의 고통을 흡수하는 36명의 의인 이야기(유대 민담), 여기에 한 명을 덧붙여 재밌는 변주를 가한 보르헤스의 37인 의인 이야기 등 1부에는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푸짐한 선물처럼 펼쳐진다.



2부 ‘쓸쓸함이여, 스승이여’에는 쫓으면 쫓을수록 달아나는 행복의 역설 같은 문제들이 묶여 있다. “물질자본은 증가했으나 행복감은 증대하지 않았다”는 역설, “부가 증대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행감은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 등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쓰잘데있다’고 여겨온 것들의 무용성, ‘쓰잘데없다’고 내팽개쳐진 것들의 유용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 ‘관계의 건축학’은 인문학과 문학, 교육, 기억 등의 문제를 주되게 다루고 있다. 그에게 인문학이란 곧 ‘인간에 대한 사유와 실천이 결합’된 학문이다. 인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그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책임, 사회에 대한 인간의 책임,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 문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환기시키고, 이를 실천으로써 구체화하고자 한다. 4부 ‘사회는 언제 실패하는가’는 정치?시사 이슈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 주로 모여 있다. 저자가 보기에 모든 실패는 ‘실패의 선택’과 다르지 않다. 사회가 망하고 무너지는 데는 망하는 이유, 무너지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망하고 무너지기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실패의 선택’을 마주하고 있는가, 라고 저자는 묻고 이어서 자신의 응답을 제시한다.





보름달, 유토피아, 쓸쓸함, 스승, 기억, 여유, 봄, 정의



유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들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진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 머릿속에서는 쉽게 잊혀졌지만 우리네 가슴이 언제나 그리워해온 것들은 무엇일까?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 그것들을 목록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나마 나의 목록, 너의 목록, 우리의 목록을 생각해보는 일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은 “너도 살고 나도 살고”라는 1970년대 반전운동가들의 구호처럼 우리 함께 ‘공생의 수단’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으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이반 일리치가 생각한 대표적인 공생의 도구는 세 가지?도서관, 자전거, 그리고 시詩다. (…) 자라는 아이들에게 맨 먼저 가르치고 배우게 해야 할 삶의 방식이 공생의 원리다. 그러나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동네 도서관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도서관이 바로 그런 공생의 공간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다. 도서관이 모두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는 인식, 도서관 자료들은 나만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 자료와 기물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는 태도, 상호 존중과 예절?이런 것들을 아이들은 도서관 드나들며 깨치고 배운다.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같이 읽고 이야기하면서 즐거움을 공유한다. 도서관엘 처음 와보는 아이들도 또래 아이들이 열심히 책 읽는 걸 보면 덩달아 책을 읽게 된다. ‘모방 효과emulation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공생의 훈련이고 경험이며 실천이다. 그런 훈련과 경험과 실천이 아이들을 위한 생략할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라면, 도서관은 성장의 필수 도구다. 거기서부터 공생의 철학을 체득한 ‘인간’이 자란다. _?공생의 도구? 중에서



2001년 도정일은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설립하면서, MBC 〈느낌표〉 프로그램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을 세우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서관운동에 뛰어든다(현재 서울시 도봉구에 12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세워지고 있다). 도서관은 그때부터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로 붙어다니기 시작한다. 도서관은 ‘책 읽는 사회’ ‘생각하는 사회’ ‘공생의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위한 기본 인프라 중에서도 핵심에 속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여기까지가 현실에 대한 그의 인식이라면, 그는 그 인식을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도서관 빈곤국’인 한국 사회 곳곳에 도서관을 짓고,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운동’을 벌이고, 각종 독서프로그램을 지원해온 것이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바쁘게 지내느라 개인적으로 책 펴낼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게 가벼운 핑계는 아닌 셈이다.





다수의 편견에 맞선 돈키호테



도정일은 2006년 대학에서 퇴임했지만, 2010년 다시 대학으로 복귀해 ‘후마니타스칼리지’라는 교양대학의 수장 역할을 맡아 학부 교양교육을 쇄신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와 교육’으로서의 대학 교양교육은 한국 대학 사회에서 본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 까닭은 대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잘 읽고 잘 쓰는 지식인으로 거듭나는 데 대학 교양교육만큼 중요한 교육 절차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런던왕립학회의 모토는 과학의 것일 뿐 아니라 인문학의 정신, 교양의 정신이라고 그는 주장한다(한겨레, 2014년 2월 21일자 ‘특별기고’).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불요불급한 절차일 뿐이라는 ‘다수의 편견’에 맞서 교양교육의 기본 정신을 한국 대학 사회에 재정립시키고자 한다, 돈키호테처럼.



중요한 일들 중에서 세상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동의할 만한 세 가지 ‘큰일’을 고른다면 무엇일까? 첫째는 의미 없는 곳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둘째는 희망 없는 곳에 희망을 주입하는 일, 셋째는 정의가 없는 곳에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이들 큰일의 첫번째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의미성의 도전’에 대한 대응이고 두번째 것은 ‘지옥의 조건에 대한 거부’이며 세번째 것은 ‘야만에 대한 저항’이다. 의미, 희망, 정의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세 개의 지주와도 같다. 삶에 의미가 없다고 여겨질 때 인간은 자살을 생각한다. “희망 없다”는 것은 지옥의 조건이다. 누구도 지옥에 살고자 하지 않는다. 정의 없음은 야만의 조건이다. 야만은 인간을 인간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_?이야기는 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가?



“의미, 희망, 정의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세 개의 지주와도 같다”면, 돈 안 되고 무용하다는 이유로 내팽개쳐진 것들 그래서 쓰잘데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그 세 개의 지주를 떠받치는 토양과도 같다. 그 토양이 일극 체제 아닌 풍요로운 다양성의 체제일 때, 쓸쓸해도 좋고 여유로워도 좋은 느림의 체제일 때 비로소 ‘두터운 세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계’도 가능할 것이다. 글꼭지 하나하나는 각각의 시점과 맥락에서 읽히기도 하지만 시차를 뛰어넘어 “지금은 쓰잘데없는 것들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다시 챙겨봐야 할 때”라는 선언 하나로 묶이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한 시대에 대한 나의 존재 증명” 같다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애틋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은 저자는 독자들과 함께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을, ‘공생의 사회’를 만들어가자가 제안하고 있다. (*)





저자의 말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라는 표제를 달았지만 정작 그런 제목의 글꼭지는 이 산문집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이 문집의 표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친구여, 당신은 안다. 세상이 쓰잘데없다고 여길지 몰라도 우리네 삶에 지극히 소중하고 고귀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안다. 그러나 이 산문집은 그런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제시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런 목록이라면 당신과 내가 앞으로 끊임없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완의 목록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 실린 글들은 지난 20여 년 여기저기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되었던 것들이고 씌어진 시점과 내용도 다양하다. 처음부터 무슨 단일 주제를 생각하고 쓴 글들이 아닌데도, 정말이지 전혀 그런 것이 아닌데도, 산문집 제목을 그렇게 잡고 보니 수록된 글꼭지 하나하나에 표제의 취지가 배어 있는 것 같다. 신기하다. 지금쯤 우리는 쓰잘데없어 보이는 것들, 시장에 내놔봐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들, 돈 안 되고 번쩍거리지 않고 무용하다는 이유로 시궁창에 버려진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기억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그것들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다시 챙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

20년은 길다면 긴 세월이다. 그런데 글들을 모아놓고 보니 우리 사회가 그동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놀라운 일이다. 그 세월을 건너오면서 내가 어떤 일에 관심을 쏟았고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문제에 노심초사했는지도 한눈에 드러나는 것 같다. 산문집에 올리면서 발표 당시의 제목들을 조금씩 바꾼 것도 있다. 수록문들 대부분은 한 시대에 대한 나의 존재 증명 같은 데가 있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애틋하다. _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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