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 자 :장강명
  • 출판사 :arte(아르테)
  • 출판년 :2020-09-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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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순수한 독서 공동체를 꿈꾸는 작가 장강명의 즐거운 상상











◎ 도서 소개



현실에 발을 딛고, 더 멀리 더 깊이 세상을 보고 싶은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의 책에 대한 생각들



“우리는 읽으며 과거와 대화한다. 우리는 쓰면서 미래로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의 상식 대부분을 고작 50년 전 사람들이 듣는다면 격분할 것이다.

같은 원리로 50년 뒤 독자들에게 존중받으려면

우리 시대 사람들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테다.” _ 228쪽



책, 팟캐스트,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중심에 둔 소통을 시도해온 작가 장강명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장강명은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10년간 장편소설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한국이 싫어서』, 연작소설집 『산 자들』 등 여러 작품을 선보이면서 당대와 그에 속한 인간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그만의 깊은 사고로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결혼에 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첫 번째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이후 4년 만에 펴낸 장강명의 두 번째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는 독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2년여간 진행하면서 만난 책과 사람, 직접 만든 작은 독서 공동체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업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과 미래를 향한 작가적 야망까지 진솔하게 써 내려간 40편의 글로 엮었다.

명백하게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이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통해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 펼치는 고군분투가 퍽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장강명은 ‘읽고 쓰는 세계’와 ‘말하고 듣는 세계’를 대비하면서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소통 방식을 배워가는 과정이 “꽤나 분열적인 작업”이었다고 고백하면서도, 마치 묘기를 부리는 듯한 재치와 우애가 한껏 담긴 대화는 예술의 경지와도 같았다고 말한다. 두 세계의 균형을 익혀가는 성숙의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말하고 듣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독서 공동체



“처음에는 책 이야기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는 것에 당황했다.

우리가 너무 수다스럽고 사생활 털어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궁금했다.

그러다 머지않아 이게 여러 독서 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_ 97쪽



2016년 12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그때 새로운 소설을 발표한 작가 장강명은 ‘책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어지간하면 다 나간다는 자세’로 〈책, 이게 뭐라고?!〉에 출연하게 된다. 이후 〈책, 이게 뭐라고?!〉 시즌 2의 진행자 역할을 제안받아 수락하게 된 그는 작게는 프로필 사진 촬영부터 크게는 서울국제도서전 등 대형 행사로까지 ‘말하고 듣는 세계’를 본격적으로 종횡무진 누비며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장강명은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하는 읽고 듣는 세계의 원칙인 ‘윤리’와 달리 맥락에 좌우되는 ‘예의’는 문화와 주관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비판 의식보다는 그 상황에 필요한 적절한 감수성을 더욱 필요로 한다. 말하고 듣기에 능숙한 이들은 상대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빠르게 알아채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줄 아는데, 그런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대화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읽고 쓰듯이 말하고 들으려 했던 장강명에게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의 고군분투는 필연적이었다. 독서를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여기며 독서 모임조차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그가 먼저 팀원들에게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 토론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스스로가 팟캐스트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제안한 일이었기에 다른 사람의 참여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모든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독서 토론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작은 독서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의 질문에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간단히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깊게 나누기도 했다.

그 경험 속에서 장강명은 읽고 쓰는 세계뿐 아니라 말하고 듣는 세계의 소통에서도 책이 중요한 무게중심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와 같이 일상 속에서는 쉽게 나눌 수 없는 대화를 책은 존재 자체로 강하게 질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 장강명은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같은 꿈을 꾸는 ‘읽고 쓰는 인간’들을 향한 나지막하고도 단단한 응원의 메시지



“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나는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경고한 그 세계다.

나는 물을 벗어난 물고기들처럼 몇몇 용감한 선조들이 2,400년 전에 그 땅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은 어류가 되기보다 서툴게 걸으며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양서류가 되기를 택했다.

언젠가 우리는 보다 우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상상한다.” _ 310~311쪽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면서 장강명 작가가 꼽은 즐거움이자 특권은 바로 다양한 작가들을 직접 만나 고민과 아이디어를 나눠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작가들부터 동지 의식을 느꼈던 소설가들, 특별히 더 큰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고 싶었던 르포르타주 작가들과 웹소설 작가들까지 다양한 읽고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장강명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글에 대해 조금 더 뾰족하게 질문의 날을 세워 고민하게 된다. 출판 기획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장강명이 추구하는 르포르타주는 어떤 방식인지도 생각해본다. 트렌디하고 가벼운 글이나 책을 손에 들었을 때는 동시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과 미래의 평가 사이에서 떠오른 갈등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장강명은 자신의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가 주는 기쁨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행위로 읽고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자신이 속한 읽고 쓰는 세계를 돌아보며 ‘우리 시대의 어떤 작품이 고전이 될까’ 궁금해한다. 읽으며 과거와 대화하고, 쓰면서 미래로 메시지를 보낸다고 믿고 있는 장강명은 동시대에 사랑받는 것을 넘어 미래의 독자와도 의미 있는 소통을 나눌 작품을 남기길 원한다. 그렇게 장강명은 세계문학전집에서 작가 연표를 유심히 살피며 그들이 의미 있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남긴 때를 확인해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허락된 작가로서의 시간을 가늠해본 후 단호히 ‘읽고 쓰는 세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동안 장강명의 현실적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었던 ‘말하고 듣는 세계’와의 거리 두기를 선택한 그의 작가로서의 야망과 진솔한 속내가 담겨 있다.

장강명은 ‘읽고 쓰는 사람’이 ‘말하고 듣는 사람’에 비해 훨씬 역사가 짧고 어려운 방식의 소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고 우아하게 헤엄치는 어류가 되기보다 물을 벗어나 ‘서툴게 걷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양서류’와 같이 서툴게 읽고 쓰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장강명은 그들을 같은 꿈을 꾸는 ‘동족’들이라 여기며 강한 유대감을 표한다. 그리고 ‘읽고 쓰는 세계’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고도 단단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 속으로



1장. 말하는 작가의 탄생



나는 궁금하다. 왜 여섯 살짜리조차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런 환상을 품는지. 왜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조차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가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지. 책, 그게 뭐라고? _22~23쪽



나는 인세로 먹고살고 싶었다. 책을 잘 쓰면 책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문 칼럼이나 시사 프로그램 패널 출연, 외부 강연 같은 가욋일에 한눈팔지 말고, 잘 팔릴 만한 재미있는 신작을 쓰자 마음먹었다.

2017년 봄이 되자 그 결심이 아래서부터 흔들렸다. 당대 한국 소설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작가 책 괜찮더라’는 평가를 받아도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애초에 독서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사는 작가가 돼야 인세로 먹고살 만해진다. _25쪽



20세기소녀는 나를 연예인처럼 보이게 하려고 작심한 것 같았다. 그날은 말하는 장강명이 말하는 사람들의 업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날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며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온 셔츠 두 벌과 재킷을 번갈아가며 입었다. 사진가는 카메라 앞에 선 내게 “편하게 하시면 돼요”라고 했지만, 그 말은 아무리 들어도 절대 편해지지 않았다. _33쪽



시간을 견디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고 물을 수 있겠다. 나는 그 질문이 어쩌면 쓰는 인간과 말하는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화와 녹음기가 생기기 전까지 말하기와 듣기는 그 행위가 이뤄지는 시공간에 집중하는 의사소통 기술이었다. 실시간 메신저가 등장하기 전까지 쓰기와 읽기는 (필담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보통 마주하지 않은, 다른 시간에 있는 사람을 향했다 _48쪽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란의 상당수는 예의와 윤리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예의와 윤리는 폭력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수단이다. 이 두 덕성은 서로 겹치지 않으며, 맥락과 상황의 문제(예의)를 보편적인 법칙(윤리)으로 만들고자 할 때 종종 충돌이 발생한다. _56쪽





2장. 책을 읽는 일, 책에 대해 말하는 일



‘좋은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와 같은 주제를 놓고 대낮에 맨정신으로 지인과 토론할 일은 거의 없다.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그런 질문을 던지면 “뭐 잘못 먹었어?”라는 대꾸를 듣기 십상이다. 또는 걱정 어린 시선과 함께 “요즘 안 좋은 일 있는 거 아니지?” 하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이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우리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한껏 불콰해진 얼굴을 하고서야 겨우 던질 수 있다. 물론 그런 시각에, 그런 장소에서, 그런 정신 상태로는 진지하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다음 날에는 그런 화제를 꺼낸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_97~98쪽

독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라면, 누구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해, 인생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아니, 말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누군가 경청해주는 것은 대단히 감동적인 경험이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점점 말이 많아진다. 생산적인 대화가 오간다.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_98쪽



이성 교제 횟수를 자랑하는 학생은 이성과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것조차 데이트로 간주할지 모른다. ‘1만 권’에 집착하는 독서가들은 두꺼운 책들은 피하고 읽기 쉽고 얇은 책들만 골라 읽는 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사실 알고 있다. 1만 명과 교제한 사람보다 평생에 걸쳐 서너 명의 상대와 길고 깊게 연애했다는 사람 쪽이 연애의 다양한 측면을 더 잘 이해하리라는 사실을.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연애 상담을 하고 싶은가. 책도 마찬가지다. _105~106쪽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종이책의 물성이 아니라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와 그 매체를 제대로 소화하는 단 한 가지 방식인 독서라는 행위다. _113쪽



오늘날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읽고?쓰기와 말하고?듣기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대화는 글자로 이뤄져 있고 당사자 간의 물리적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 대화는 말하고?듣기에 가깝다. 우리는 그 대화에 감성적으로 참여하고, 부지불식간에 상대에게 윤리보다 예의를 요구하게 된다.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다. 상대가 펼치는 주장의 옳고 그름보다 무례함의 여부가 더 중요한 그런 공간에서 공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_137쪽



나는 오히려 ‘읽고 쓰면 더 좋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실제로는 편리한 면죄부로 쓰이는 것 아닐까 의심한다. 힘들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읽고 쓴다는 쉽고 재미있는 일만으로 자신이 좋은 인간이 되고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_156쪽





3장. 말하기-듣기의 세계에서 만난 작가들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읽고 쓰는 사람들보다 현재를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읽고 쓰는 부류만이 수십 년, 수백 년 뒤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된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읽고 쓰는 이들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대신에 우리는 외로움을 덜 탄다고 할 수 있을까? _ 201쪽



우리는 최근 1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뛰어난 책, 가장 가치 있는 책을 과연 알아볼 수 있기는 한 걸까? 애초에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어떤 책이 시대를 앞섰다면 그 작품은 당대에 환영을 받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시대를 앞섰다는 말의 의미다. _209쪽



지금은 말하는 일과 쓰는 일에서 오는 수입이 달리는 자전거의 양쪽 페달 같다. 두 페달을 번갈아가며 열심히 밟아야 프리랜서 글쟁이라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달린다. 회사 다닐 때보다 분명 더 자유롭고 벌이도 썩 낫지만 한쪽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말하는 일도 재미있고 매력 있잖아? 너도 그럭저럭하잖아?’ 하고 자문하기도 한다. 회계의 문제가 아니라 각오의 문제이며, 바로 내가 이 상황을 선택하고 승인했음도 안다. _ 222쪽



내가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서로 싸운다. 그러는 사이에 책은 점점 팔리지 않고, 강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말 좀 하는 지식인 셀럽’에 대한 수요는 늘어간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쓰는 것이 최종 해결책이라는 역설적인 결론에 이른다. 인세나 판권 수입을 두고는 번민하지 않는다. 그건 뭐,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돈이지. 펑펑 쏟아져라, 한겨울 함박눈처럼. _223쪽





4장. 그럼에도 계속 읽고 쓴다는 것



고전은 독자에게 얌전하게 교훈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들은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비를 건다. 자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이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맞혀보라고 묻는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다. 오이디푸스는 뭘 잘못한 걸까? 햄릿은 미친 걸까? 덴비는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서로 싸우고, 다시 또 독자와 싸우는, 길들지 않는 야수들의 왕국”이라고 평했다. _ 240쪽



그 책들은 그런 야수성 때문에 고전이 되었다. 동시에 당대에는 격렬한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었고 불태워지거나 고발당하거나 판매 금지되었다. 악평을 받는 작품이 모두 길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는 소설은 절대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소설가가 읽고 쓰는 세계에서 미래를 만나려면 마음속에 야수를 품어야 한다. _ 240~241쪽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나 뜨거운 물줄기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그것들을 희생시켜가면서 구하려는 게 있다. 그걸 품위라고 부를 순 없을 거 같고, 의미? 글쎄……. 그렇게 불러야 할 테지만,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발견하려는 우주적 진리, 혹은 로고테라피에서 말하는 삶의 중심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내가 좇는 그 ‘의미’가 객관적인 것인지 주관적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나보다 크고 나의 바깥에 있으면서 내 안에도 있는 무엇. _248쪽



기자 5년 차부터 다시 혼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에는 집에 와서 그냥 곯아떨어졌고, 그렇지 않은 날에 밤에 한두 시간씩 원고를 썼다. 수면 시간이 줄어도 상관없었다. 원고가 잘 풀리는 날에는 기분이 통쾌할 정도로 좋았다. 그때 이미 꽤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_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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