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에서부터 「상도」까지 최인호의 소설은 1970년대 이후 한국문학이 거둔 뜻깊은 성과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모더니티의 유동과 예측 불가능성의 형상화라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향후 우리 문학의 중요한 전범 중의 하나로 남게 되었다. 현대사회가 야기하는 병리적 강박이나 각종 매체들이 일상 영역을 잠식해오며 전파하는 환각적 이미지의 포착, 타자와의 정서적 단절과 무관심, 합리성의 외피 밑에 숨어 있는 원시적 파괴적 욕망과 정념의 분출 같은 우리 시대의 민감한 증세에 대해 그의 소설은 선진적이면서 발랄한 접근을 보여준다. 모더니티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우리 시대에 그의 소설은 거듭 다시 파고들어가 채굴해야 할 풍부한 광맥을 은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