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되는 《2050 거주불능 지구》는 《뉴욕매거진》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히며 화제를 모은 2017년 리포트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확장한 책이다. 환경운동가도 아니었고 평소에 딱히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에 대한 칼럼을 써줄 것을 의뢰받고 몇 년에 걸쳐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와 이야기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환경운동’의 차원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 쓰였다. ‘플라스틱 쓰지 않기’나 ‘채식주의’와 같은 개인의 윤리적 각성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막대한 영향력을 규명하는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라서며 인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세계적인 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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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코로나는 악몽의 시작일 뿐 …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을 부른다”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공중보건 및 전염병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꼽았다. 야생동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빙하의 해빙,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감염에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간과 더 가깝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중 보건 전문가 잔느 페어는 “서식지가 변함에 따라 인간이 이동하고, 야생동물도 이동함에 따라 앞으로 서로 더 많이 접촉하게 될 것”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고, 면역력이 약해짐에 따라 더 많은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_《일요신문》, 2020년 1월 31일 기사
상황 2. “한국 면적 태워버린 호주 산불 … 지구온난화 부추기는 ‘악순환’ 경고”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이미 한국 국토면적에 해당하는 약 1,000만 헥타르의 대지를 태워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연기와 함께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화재 발생이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매튜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환경과학부 수석연구원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57개의 연구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불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늘어난 것이 분명하다”며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_《동아사이언스》, 2020년 1월 15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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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할 겨를도 없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21세기 인류 사회를 뒤흔들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
“기록적 한파가 왔으니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다”
지금 그 말의 대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
“나처럼 지적인 사람도 안 믿는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과학자들이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거부하며 한 말이다. 2017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더욱 자신만만하게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는 결국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에 들이닥쳤을 때 사망자가 3,000여 명에 이르렀는데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온갖 이상기후와 재난에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딱히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계치 400ppm을 넘어섰고 평균 온도는 해마다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2100년까지 1.5도 내지는 2도 상승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2050년 아니 그 이전에 찾아올 끔찍한 미래를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2도 상승을 막아낼 가능성보다 3도 심지어 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긴 하지만 말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우리가 겪게 될 미래
1도
*미국과 같이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 경제성장률 1퍼센트포인트 감소
*주곡 작물의 수확량이 10퍼센트 감소
*4~5등급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25~30퍼센트 증가
*아메리카 대륙 전역이 매년 한 달 이상 물 부족 사태에 직면
2도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북극의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4억 명 이상으로 증가
*여름마다 북위도 지역에서 수천 명이 폭염으로 사망
*세계적인 폭염이 지금보다 5배 이상 지속
3도
*남부 유럽이 영구적인 가뭄에 돌입
*중앙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 건기가 각각 19개월, 60개월 이상 증가
*매년 화재 발생 빈도가 지중해 지역에서는 2배, 미국에서는 6배 이상 증가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소 50미터 이내로 상승
4도
*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이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라틴아메리카의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식량 위기 발발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9퍼센트 증가
*기후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 규모가 600조 달러에 육박
5도
*전 지구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먹일 사람은 50퍼센트 증가하는 반면 먹을 곡식은 50퍼센트 감소
*영구적인 가뭄 띠 두 개가 온 지구를 둥글게 포위
*북극 지역 중 일부가 열대 지역으로 전환
“‘북극곰 우화’마저 판타지로 만들 실질적 재난”
‘자연재해’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대량 학살’의 위기
3~5도의 기온 상승이 ‘기정사실화된’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온도 상승에 따른 결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거나 보고하려는 책이 아니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이 책에 ‘서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재난을 언급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의 실질적 재난을 긴급하고도 절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런 구성을 취했다.
아울러 이 책의 1부 제목이 말해주듯 “이것(기후변화)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북극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자연의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다.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동물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은 오히려 기후변화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많은 환경 책들이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깨끗한 ‘녹색 자연’의 입장에 서서 인간의 행위를 꾸짖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자연과 얽혀들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류세’에 직면했음을 강조하며 기후변화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는 ‘자살 행위’이자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대량 학살’의 범죄임을 명백하게 밝혀낸다.
“최상의 시나리오마저 참혹하고 고통스럽다”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갈’ 기후재난의 일상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믿을 만한 기후변화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기존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종합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할 지구온난화의 실제적인 영향과 그림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오래전 산업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대기 중에 떠도는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찬반을 나누어 한가로이 논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방법을 강구해야 할 생존 프로젝트인 것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으로 지금 전 세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목도하고 있듯이 재난은 더 이상 일부 지역에서 멈추지 않고 급속도로 전 세계를 향해 퍼져 간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재난 대부분이 바로 그와 비슷한 전 지구적 ‘기후 되먹임climate feedback’ 시스템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12가지 형태로 분류되긴 했지만 각 재난은 개별적으로 따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재난의 명칭만 보고 이 책을 가난한 나라의 현실을 드러낸 사회과학서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가 보여주는 기후재난은 선진국과 중진국을 빈국 수준으로 가차 없이 끌어내리는 것일 테니 말이다.
다음 표는 이 책에 등장하는 12가지 기후재난의 여러 양상들 중에서도 2050년경에 일어날 일들만 정리한 것이다.
2050년에 마주할 일상화된 기후재난 12
1. 살인적인 폭염
직접적인 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25만 5,000명 사망
2. 빈곤과 굶주림
개발도상국 거주자 중 1억 5,000만 명이 영양 결핍 직면
3. 집어삼키는 바다
미국에서만 약 31만 1,000채의 집 침수
4. 치솟는 산불
미국에서만 화재로 소실되는 면적이 최대 5배 증가하여 20만 제곱킬로미터에 육박
5.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아시아 거대도시가 태풍으로 입는 자산 피해 규모가 35조 달러에 육박
6. 갈증과 가뭄
전 세계적으로 약 50억 명이 물 부족 위기에 직면
7. 사체가 쌓이는 바다
‘해양 무산소화’와 함께 생물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1,000배 빨라지는 ‘대멸종 시대’ 직면
8. 마실 수 없는 공기
미국에서만 오존 스모그 발생일이 70퍼센트 상승
9. 질병의 전파
세계 인구의 36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 감염에 노출
10. 무너지는 경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액이 총 551조 달러에 이르며 세계 경제가 ‘대몰락Great Dying’에 직면
11. 기후 분쟁
아프리카에서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39만 3,000명 증가
12. 시스템의 붕괴
전 세계를 떠도는 기후난민이 최대 10억 명 증가
“시나리오가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결국 작가는 우리 자신이다”
인간의 행동과 변화를 촉구할 기후변화의 새로운 미래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복수’도 아니고, 인간이 손쓸 도리가 없는 자연의 ‘처벌’도 아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태도는 이미 찾아온 재난 앞에서 인간은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과 ‘체념’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이와 같은 섣부른 종말론이나 허무주의를 경계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우리 자신의 삶과 태도마저 송두리째 바꿀 기후변화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여타의 환경 운동을 비판하며 화석연료로 뒷받침됐던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아울러 ‘탄소포집 기계’나 ‘행성 이주 계획’ 등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이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몇몇 똑똑한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고의 전환을 도모하는 방편으로 ‘인류 원리’를 제안하며 ‘지구’와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온 인류와 지구를 ‘한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관점으로 안내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총체적 위기를 맞이한 인류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기후변화 매뉴얼이자 미래보고서로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