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의 채식주의자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자 :전범선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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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책방 주인, 밤에는 로큰롤 연주

그리고 비거니즘과 동물해방까지…



전방위적 ‘독립문화인’으로 살고 있는

전범선의 21세기 양반 라이프스타일



*록커 등 20대 청년들, 성대 앞 33년 지킨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인수 “책방 지켜 역사 단절 이을 것”

- 「한국일보」 2019년 1월 18일 기사 중에서



밴드 ‘양반들’ 보컬이자 성대 앞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대표인 전범선이 첫 산문집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를 출간했다. 2019년 초, 전범선은 폐업 위기를 맞은 33년 된 책방 ‘풀무질’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왜 빚더미에 쌓인, 쓰러져가는 책방을 이어받기로 결심한 걸까.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저자는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 한때 국제변호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고 현재 해방촌에 살며 낮에는 풀무질에서 글을 쓰고, 밤에는 로큰롤을 연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대한민국을 벗어나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역설적으로 자신의 뿌리와 자리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을 담았다. 그는 왜 로스쿨 대신 로큰롤을, 옥스퍼드 대신 해방촌을 선택한 걸까?



저자는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며 난생 처음 철저하게 경계인으로 살았다. 이방인과 소수자로 살며 하도 눈치를 봤더니 별로 남 신경을 안 쓰게 됐다. 덕분에 한결 자유로워졌다. 눈치를 덜 보니,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책방 ‘풀무질’ 주인, 출판사 ‘두루미’ 대표, 밴드 ‘양반들’ 보컬, 전 채식 레스토랑 ‘소식’ 공동대표,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 칼럼니스트 등. 벌여놓은 일이 많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삶이 만족스러운 이유다.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있지는 않지만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지금, 남의 눈치 안 보고 로큰롤을 연주하고,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로 행복하게 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로스쿨 입학을 취소했다.

돌이켜보면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그냥 눈치 좀 안 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휘뚜루마뚜루: 나의 뿌리를 찾아서」는 늘 1등으로만 살았던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다는 고등학교에 입학, 오히려 ‘공부는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후 미국과 영국으로 이어지는 유학길에서 어니스트 사토우, 호모 헐버트, 토머스 페인의 사상과 철학을 읽고 공부하며 비로소 대한민국의 뿌리와 나의 뿌리를 이해하게 된다. ‘다트머스맨’, ‘런던의 조선인’, ‘옥스퍼드 양반들’, ‘꿈은 동사, 자유는 부사’로 이어지는 글은 저자가 자아를 찾고 나와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시절 동안 저자는 인종과 성에 관한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을 부수고, 본인만의 자유를 확립한다.



2부 「성균관 두루미: 나의 자리를 찾아서」는 저자가 그간 발언해온 사회적 비평을 모았다. 1부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방랑했다면, 2부에서는 나의 자리를 찾아 다양한 일을 도모하고 자신의 신념을 글로 남기고 행동한다. 성균관대 앞 서점 ‘풀무질’ 인수 이야기를 비롯해 인문학, 음악, 밀레니얼세대, 한미 관계에서 본 카투사, ‘덜 남성 되기’ 수행 등 한국사회의 치열한 이슈를 살핀다. 저자는 운동가로서 환경과 탈 소비에 주력하고, 예술가로서는 뿌리 깊은 문화 예술적 맥락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 ‘재생’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밀레니얼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고민과 상처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다. 식민지배, 남북단절, 독재, 환경 위기 등으로 맥이 끊긴 작금의 상황을 다시 이어가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에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3부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모두의 자유를 위하여」는 저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채식, 동물해방 그리고 환경 이야기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환학생 시절,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을 만난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삶의 좌표를 얻었다. 일종의 종교적 안정감을 느꼈다. 무의미한 세상에서 나름의 의미를 설정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69쪽)라고 말한다. “채식을 하는 것은 불편한 것투성이였지만 채식주의자가 되자 현대 자본주의 체제 내 여러 억압들의 교차성이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68쪽) 저자는 한국에 돌아온 뒤 운영하는 출판사 ‘두루미’에서 『비건 세상 만들기』, 『정면돌파: 할리우드에서 동물해방전선으로』를 펴냈고, 책방 ‘풀무질’에서 비거니즘 관련 강좌를 여는 등 ‘비건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채식은 왜 해야 하는지, 과연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는 건지, 탈육식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채식에 대한 오해 및 전 지구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환경 이야기를 이곳에 모았다.



1부와 2부, 3부를 관통하며 저자는 경쟁주의와 집단주의에서 탈피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나만의 독립성과 정체성 그리고 모두의 자유를 위해 예술가와 운동가로 살기로 결심한다. (주)두루미를 설립해 낡고 기울어가는 공간을 재건하고 그곳에 다시 문화 예술의 맥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 마지막 자유 앞에 섰다. 휘뚜루마뚜루 마냥 걷는 듯 보였지만, 목표를 찾았다. ‘느끼는 모두의 자유를 위해 행동하는 것.’ 채식을 하고 동물해방운동을 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실천 중이다. 보다 자유로이 살면서도 전지구적 차원에서 행동하고 나아가고 있다.



“진로 선택은 나에게 불행이냐, 불안이냐의 문제로 다가왔다.

안정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불안을 택했다. 그게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라 믿었다.

이 책은 그 결정에 관한 성찰이자 변명이다.”



저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안정적으로 살아왔지만 그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안정적이지만 불행한 직업 대신, 행복하지만 불안한 직업을 택했다. ‘아래부터 찬찬히 / 자 한번 엎어보자’(〈아래로부터의 혁명〉)라는 저자가 지은 노래 가사처럼,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아래서부터 천천히 오르고 있다. “무엇을 하는지는 상관없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독립적이고 자유롭다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12쪽-13쪽) 도래할 미래를 상상하며 그에게 ‘희망을 품어본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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