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ㆍ물ㆍ불ㆍ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땅ㆍ물ㆍ불ㆍ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 자 :제이 그리피스
  • 출판사 :알마
  • 출판년 :2012-05-2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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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열정적이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얼음처럼 냉철하며, 대지처럼 관대하고, 바다처럼 치유적인

제이 그리피스의 야성의 목소리를 만나다!



“제이 그리피스는 눈부시게 독창적인 작가이자 영국에서 극찬 받는 일급 문장가다.

그녀의 책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쾌활하다. 현명하고 광범위하며 급진적이다.” ― 아니타 로딕, 보디숍의 창립자



우리 모두는 야생의 존재다




얼마 전 아마존이 텔레비전 화면을 타고 우리의 안방을 찾아왔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각종 개발로 인해 본모습을 잃어가는 대자연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원시부족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경제 논리가 최우선되는 산업화 시대. 환경오염, 천연자원 고갈, 기후 변화, 동식물의 멸종, 신종 전염병 등 생태계 파괴로 나타나는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보도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친환경’, ‘저탄소’, ‘유기농’, ‘녹색성장’이란 말까지도 산업화 논리의 겉포장만 바꾼 신조 경제용어가 되어버렸다. ‘환경문제’조차 어느새 자본에 포획되어 ‘자연의 상품화’ 또는 ‘자연의 자본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연에 찍힌 하나의 오점일까?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의 저자 제이 그리피스는 “오히려 인간의 영혼은 야생성이 가장 뚜렷하게 구현된 형태”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현대 문명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이 유년기부터 잘 훈련되고 길들여졌을 뿐이다. “냉난방기가 끊임없이 가볍게 돌아가고 창문은 영구히 닫힌 이 클로로포름의 세계”에서 젊은이들에게 세속적 성공과 조심스러운 삶을 가르치는 훈련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학기에서 다음 학기로, 졸업 후 취업과 결혼으로, 은퇴와 연금 생활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정치적으로 볼 때 우파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더 이상 모험하려 들지 않는다. 격렬한 감정은 비위생적인 세균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야생성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 예술가와 질풍노도의 사춘기 청소년에게, 배낭을 멘 여행자와 피곤에 지친 얼굴을 한 양복 입은 신사에게, 집시와 익살광대에게, 모두의 영혼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다만 그 사실을 잊어버렸을 따름이다.





지도 바깥으로 떠나는 진짜 논픽션



제이 그리피스는 극찬받았던 전작 《시계 밖의 시간》에서 자본주의의 직선적이고 기계적인 시간에 숨은 정치적인 성격을 폭로한다. 능률과 경제성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시간 개념을 원주민 문화에서 발견되는, 자연 속에서 구체화된 많은 ‘시간들’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그리고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그리피스는 원시의 자유를 찾아 지도 바깥으로 모험을 떠난다. 초록의 식물과 언어로 뒤얽힌 아마존 숲과 안데스산맥, 캐나다의 작은 에스키모 거주지, 밤겨울과 낮여름 그리고 가을의 황혼으로 둘러싸인 북극의 빙하, 인도네시아의 바다 집시 마을과 심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모래사막, 웨스트파푸아의 벌거숭이산, 외몽골의 외딴 사원을 방랑한다. 또한 가장 위대한 야생의 땅인 인간의 정신을 탐색한다. 저자는 인류와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하고 관능적인 관계를 시적으로 고찰하며, 서구 문명과 소비자 문화, 대기업과 방위산업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자연의 참혹한 현장을 증언한다. 시간, 돈, 에너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완성한 이 7년간의 기록은 특별한 오디세이아다. 이 책은 독창적인 여행담인 동시에 생명의 본질인 야생성에 대한 선언문이다.

제이 그리피스의 목소리는 대담하고 아름다우며 엄격하고 때때로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우려면, 자유의 관념과 자유가 구현되는 현실의 장소 모두가 자유로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광산, 도로 건설, 벌채로 난도질당한 야생의 자연을 보며,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으로 슬럼가에 버려진 원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리피스는 격분한다. 미접촉 부족에게 신종 전염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을 찾아가는 탐험가들이나, 북극이나 사막과 같은 대자연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악의적으로 묘사하는 미국과 유럽의 작가들에게 분개한다. 또한 야생에서 생기 넘치는 삶을 살던 원주민을 가정주부와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피고용인으로, 유럽과 미국을 선호하는 충실한 소비자가 되도록 길들이는 선교사들을 비난한다. 이 책은 주제, 문장력, 용기라는 측면에서 이른바 ‘진지한 논픽션’으로 통하는 책들의 허세를 보기 좋게 꺾어버린다. 그리피스는 우리 시대를 망가뜨리고 있는 지독한 수동성을 거부하고, 독자 모두에게 자연을 지키기 위한 현장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울증, 분노, 정신의 황무지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이 여행은 길을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리피스는 우울증을 ‘정신의 황무지’로 비유하며, 여행을 시작하기 직전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털어놓는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듯 어찌할 바를 모르던 상태가 여러 달 이어졌다. 머리에는 기름이 덕지덕지 껴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되었고, 걸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몸이 아프면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채워주어야 하듯이, 영혼이 아프면 영혼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어야만 한다.

그리피스가 구명줄을 찾아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 아마존의 주술사는 정신의 황무지, 그 어두운 우울함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가르쳐준다. 그리고 야성의 눈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북극 지방의 이누이트는 복잡한 얼음의 세계에 대해, 그리고 빙하 위의 모든 지형이 곧 지식임을 알려준다. 고래와 돌고래는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지에 대해 말해준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사물의 근원성에 대해, 그리고 땅이 얼마나 심오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어떻게 노래를 부르는지를 가르쳐준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웨스트파푸아의 전사들은 인간의 영혼에 자유가 얼마나 절대적으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불교 승려는 얼음 위에서 자전거를 타다 떨어져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 세계의 원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입문 과정이며, 영혼의 황무지에서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유일한 약은 감옥이 아니라 ‘땅’이라고 조언한다. 많은 사회가 뒤끓는 혼란과 날뛰는 호르몬으로 어지러운 격동의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들을 야생의 자연으로 내보낸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은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존엄성과 자기 존중감을 회복한다. 정신을 땅으로부터 떼어내고 시계와 울타리와 일상으로 정신을 가두며, 죽은 지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현대 사회는 치매와 우울증, 자살과 범죄 같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정신은 야생의 자연 속에서 발달해왔고, 인간은 문명의 지식이 아니라 자연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는 약과 의사, 감옥이 아니라 ‘땅’이 필요하다.





야생의 자연과 황무지



‘야생의 자연’은 종종 ‘황무지’와 비슷한 말로 쓰인다. 그리피스에 따르면 이 두 단어는 비슷한 말이기보다는 반대말이다. 아마존에서 유럽인들이 벌인 살인과 멸종, 벌채, 토지 강탈 등의 역사는 자연을 파괴해 생명이 깃들지 않는 황무지로 해체시켰다. “도끼로 나무를 찍어냈으니 말 그대로 황무지다. 또한 가난을 인식하게 됐으니 사회적 황무지이기도 하다.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인식하게 됐으니 감정적 황무지고, 인간이 더 이상 자연의 일부가 아니고 거울의 세계에 갇혔으니 개념적 황무지며, 동물이 멸종될 때까지 사냥됐으니 자연적 황무지다. 질병과 알코올중독이 만연한 육체적 황무지고, 땅과의 관계가 짓밟힌 영적 황무지며, 앎에 대한 주술사적인 방식이 파괴된 인식론적 황무지다.” 숲과 강, 바다와 산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폭행이다.

게다가 생물학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 예를 들어 뉴기니와 남미 지역은 언어학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밀이나 보리, 소, 쌀 같은 몇몇 농업에 관계되는 종에 의해 위협받듯이, 언어학적 다양성 역시 에스파냐어나 영어 같은 지배어의 변형이 널리 퍼져감에 따라 위협받는다. 그리피스는 원주민 사회에서 발견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원주민들은 주로 자기 부족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중간에 자신들의 언어에는 없는 단어들을 말할 때는 그들의 지배어를 사용한다(아마존 원주민은 에스파냐어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나 캐나다의 북극 지방 원주민은 영어를, 태국의 고산지대 원주민은 태국어를 사용한다). 그 말은 바로 화폐나 땅, 시간 등의 단위를 나타내는 단어와 미터, 마일, 헥타르에 해당하는 단어 그리고 3 이상의 숫자, 연도, 시간, 요일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원주민들의 언어는 야생의 자연을 표현할 수 있으나 자연의 시간에 울타리를 치고 야생의 땅을 측정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편, 그 지방 원주민의 언어 외에 다른 언어로 번역될 수 없는 단어들도 많다. 예를 들어 희귀한 식물, 어떤 뿌리의 특정한 용도 또는 그 지방만의 지식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그렇다. 따라서 한 원주민의 언어가 사멸하면 그 앎의 방식 전체가 함께 사라진다.





진정한 자유를 위한 생태적인 글쓰기



강탈과 파괴의 역사는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다. 미국계 프리포트맥모란사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풍부한 구리광산기업이자 세 번째로 큰 금광회사다. 1990년부터 조업하고 있는 웨스트파푸아의 광산에서 반출되는 돌의 양은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매주 옮기는 것에 맞먹는다. 매일 산성 물질과 중금속을 포함한 12만 톤의 쓰레기들이 아이콰 강으로 내던져진다. 한편 아마존에서는 제약회사들까지 개발에 참여해 자연스럽게 생성된 약초에 대한 원주민의 공공 지식을 착취하고 있다. 야생의 지식은 ‘공유 지식’이고 개방되어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무료’다. 그러나 대기업에 의해 폐쇄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공유 지식은 상업적 이득을 위해 착취되고, 종종 특허법을 동원해 사유화된다. 북극은 과열된 교외 주거지가 되어가고 있으며, 달과 우주조차 종교, 국수주의적 교만의 깃발들이 처박히는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고 무기화되고 있다.

그리피스는 파괴적인 현대 문명과 다르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문화를 통해 자연을 보호한다고 이야기한다. 원주민의 신화와 마법, 전설과 주술 속에는 생태학적 진실과 비착취적 자원 이용에 대한 많은 규칙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유산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과 다른 원주민들은 고대 그리스보다 수세대 전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해왔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개념을 생태민주주의적 지혜로 확장시켰다. 원주민들은 다른 방식의 앎, 다른 방식의 말하기를 인정하고 모든 동물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권리를 주었으며,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다고 믿는다. 자연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모형이며, 꽃가루의 의견이 중요하고 딱정벌레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처럼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는 궁극적인 국회다.

그리피스는 단순히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상실한 유년기를 보상받으려는 듯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거나, 일부 환경운동가들처럼 연약한 처녀지를 보호하려는 기사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 사람들이 숲을 거울로 삼듯, 자연을 인간에게서 분리시키는 거울에 우리를 비춰보는 대신에 자연을 거울로 삼아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파괴된 아마존, 녹아가는 북극은 현대 세계의 끔찍한 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리피스의 글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며 자연 속에서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등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이것은 진정한 ‘인간의 자유’에 다다르고자 하는 생태적 글쓰기의 전범이기도 하다. 독창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페미니스트적이고 생태학적인 이 책은 사회적 또는 환경적 정의를 옹호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자연은 마침내 그리피스라는 웅변적인 새 대변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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