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 자 :원철
  • 출판사 :불광출판사
  • 출판년 :2014-12-0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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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간결한 글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로 통하는 원철 스님,

2011년 산사로 돌아간 뒤 처음 펴낸 산문집




원철 스님은 일간지와 종교계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해 왔다. 정확하고 간결한 글 솜씨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서울 한복판 조계종단에서 불교계의 일꾼으로 7년간 일하다가 2011년 홀연 산사로 내려갔다. 그동안 수행에 전념하는 한편 스님들의 교육기관인 해인사승가대학에서 학장 소임을 맡고 있다.



산사로 돌아가 처음 펴낸 이번 산문집에는 스님의 일상과 수행, 공부, 여행 단상을 담았다. 누구나의 일상처럼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힐링과 충고에 지친 요즘 우리들에게 맑은 차 한 잔 같은 ‘쉼‘, 그리고 반짝이는 ‘깨우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원철 스님은 노마드(homo-nomad) 스님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수행자라는 것, 그리고 생각의 이동과 변화에 막힘없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 자유로움은 지금, 이곳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에 기본한다. 늘 지금을 바로 보고 성실하자는 뜻을 ‘집’이라고 표현한다면, 언제 어느 때라도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집이다. 제목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무엇이든 바로 지금 시작하면 된다. 그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 순간을 사는 방법인 것이다.





힐링 혹은 멘토의 아픈 충고는 없지만



스님의 글에는 요즘 대세인 힐링 혹은 멘토의 아픈 충고가 없다. 스님은 어떤 깨달음도 강요하지 않는다. 잘하라고, 노력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지루하면 책을 읽고 심심하면 길을 떠나는 것이 내 나름의 행복 비결이다”라는 스님은 말처럼, 책 읽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김치 담고 빨래하고 해킹도 당하는 스님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질 뿐이다.

이 심심한 일상 속에 사금파리 같은 반짝거림이 있다. 읽다 보면 이심전심 전해지는 ‘무엇’이 있다. 가령, 깨 잘 볶는 사람이 커피콩도 잘 볶는다, 내리는 빗소리와 올라가는 끓는 물소리에서 느끼는 경계의 아름다움, 짧은 가을이지만 겨울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백차(찻주전자에 배인 찻물을 맹물로 우려낸 차)를 대접받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 등의 문장이 그렇다. 스님은 무엇을 가르친다거나 거창한 뜻을 전하려 하지 않지만, 덤덤한 일상의 이야기는 ‘백차’처럼 천천히 흘러들어 공명을 일으킨다.





‘무심無心’이 마음을 울린다



현대인들은 너무 잘하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안간힘 쓰며 노력한다. 최선, 행복, 사랑, 용서, 일……. 모든 좋은 가치들을 가지려고, 이루려고 한다. 그래서 더 힘들고 피곤하고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원철 스님은 그런 우리에게 ‘무심히 바라보기’를 권유한다. 겨울날, 스님은 가만히 있지 못해 뜰의 나무를 가지치기하다가 되레 나무 모양이 망가진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일 없는 것보다 못하다. …… 모든 것을 떨군 나무와 윤곽이 드러난 산줄기의 모습을 가만히 음미하면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즐기는 일은 한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멋과 여유다.” 너무 바쁜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무심無心함’이 아니겠냐고, 스님은 슬쩍 말을 건넨다.





하나에서 둘을 읽는 ’마음의 눈뜨기‘



이번 산문집은 ‘중도中道’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산승에서 수도승으로 다시 산승으로 돌아간 스님의 위치가 그러하듯, 도시 - 산속 / 이동 - 머묾 / 떠남 - 만남 / 감춤 - 드러남 / 채움 - 비움 / 한 방울의 물 - 바다 / 개화 - 낙화…… 등 양변의 이야기다. 가만 보면 인생은 두 가지의 변주로 흐른다. 우리의 불행은 한 가지만 보기 때문이다. 삶 속에 죽음이 있으며, 잃었으되 얻는 것이 있고, 적은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이며, 차갑지만 뜨겁기도 하고, 한 방울의 물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중도의 지혜를 터득하면 인생의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산승이건 도시승이건, 머무는 자리가 어디건 성실함을 다하는 수행자인 원철 스님을 통해 하나에서 둘을 보는 마음의 눈을 떠보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비범함



스님은 생각과 일상에 대해 솔직하다. 거리낌이 없다. 자유롭다. ‘조선스키’ ‘짚신스키’ ‘이노무스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스키 대여점 간판을 보며 상념에 빠지거나, ‘공부의 신’이 3개 국어에 능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거나, 덥석 이불 빨래를 했다가 내리는 비에 후회하기도 한다. 겨울 찬바람을 막겠다고 외풍과 씨름하고, 서고 정리를 하다가 하루 종일 독서삼매에 빠지고, 도로에서 차가 막히자 내친 김에 근처 유명한 호두나무를 보고 가자고 핸들을 꺾는다. 또 도반 스님이 세상을 떠나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난 뒤에 죽고 싶다‘는 속내를 보이며 애써 누른 슬픔을 꺼내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수행이란 특별한 수행법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일을 수행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스님도, 평범한 우리에게도 세상은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수도원인 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쩌면 그것이 비범한 삶일지도 모른다고 스님은 에둘러 말하고 있다.





‘노동’이 누구에게는 쉼이 되듯, 나에게 맞는 진짜 쉼을 찾아서



현대인들은 쉬기 위해 휴가를 낸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몰려간다. 진짜 쉼은 어떤 모습인가. 스님은 사람마다 쉬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평소 몸 놀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노동을 하거나 삼천 배를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이 ‘휴休’라는 것, 스님이 경전을 읽는 것은 일이지만 잡지를 읽으면 휴식이 된다.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말을 인용하며 스님은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그런 쉼’을 강조한다.

“12월엔 돌도 쉬고 나무도 쉬고 산도 쉰다. 사람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쉼을 통한 한 매듭은 한 켜의 나이테가 되고 한 해의 연륜이 되며 또 한 살의 나이가 된다. 겨울 시간이라고 흐르지 않을 리 없지만 섣달은 흐르는 걸 절대로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런 정지된 느낌이 세밑 무렵의 또 다른 산중의 맛이다.”





어제와 같지만 다른 오늘, 2015년 새해를 시작하는 용기



시작과 끝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말은 익히 들어온 말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지혜와 격려다. 스님은 이런 말도 일상에서 길어 올린다. “겨울 준비로 김장을 했다. 자연산 배추는 별로 볼품이 없지만 어디에 내놓더라도 맛과 향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배추걷이가 끝난 휑한 빈 산밭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이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이다.”

배추의 죽음이 아니라 김치의 시작을 보라는 스님의 혜안이 머릿속을 환하게 한다. 배추로서 끝낼 것인가, 김치로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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