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라디오 시대

지금은 라디오 시대

  • 자 :이보림
  • 출판사 :천개의바람
  • 출판년 :2015-07-0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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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전차가 지나다니고,

임금의 전화는 큰절을 한 후에야 받을 수 있고,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라디오 소리가 한없이 신기했던 때가 있었다.

신문물이 전해져 들썩들썩 설레었던 그 시절,

맘껏 즐거워할 수 없었던 식민지 조선의 아픈 역사가

라디오를 타고 희망의 이야기로 되살아났다!




호아는 엄마, 아빠 없이 외국인 선교사 메리 할머니와 살고 있다. 호아네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전

화가 있어서, 이웃들은 급한 용건이 있으면 호아네 집에서 전화를 빌려 쓰곤 한다. 호아도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 다리를 절뚝거리고 전국을 떠도는 동동 구리무 장수 아저씨의 전화이다. 아저씨는

종종 전화를 걸어 호아의 안부를 묻곤 한다.

어느 날 호아는 우연히 종로 우미관에서 열리는 라디오 시험방송을 듣게 된다. 선 없이 멀리 있는

소리를 전해 주는 라디오! 호아는 이 신기한 물건에 감탄하며 신기해한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동짓날이 되었다. 이 날은 동동 구리무 장수 아저씨가 호아네 집에 오기로

약속한 날이다. 호아는 아저씨 선물까지 장만해 놓고 하루 종일 아저씨를 기다린다. 하지만 늦도

록 아저씨는 오지 않고, 웬일인지 일본 순사가 들이닥치는데······.





1920년대 일제 문화통치의 아픈 역사가 이야기로 되살아나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일제 식민지 통치 아래서 신음했던 1920년대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1924년 조선일보의 우미관 라디오 시험 방송이라든지, 1926년 순종 황제 인산일의 6.10 만세 운동 같은 역사적 사건을 줄기로 삼아 이야기를 엮어 간다. 더불어 작품 곳곳에 일제의 감시와 탄압의 삼엄함을 사실적으로 그려 민족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우리말조차 ‘국어’라고 할 수 없었던 식민지 현실이 담담하지만 실감나게 담겼다.



일본 순사들은 조선 사람이 한데 무리 지어 있으면 의심의 눈길부터 보냈다. 몇 해 전 만세 운동이 일어난 뒤로 더 그러는 것 같다. --- 본문 11쪽에서



언젠가 호아는 경수가 학교에서 배운다던 국어책을 본 적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가 줄줄 쓰여 있었다. …… 호아는 그때 우리말, 즉 조선말이 국어가 아니라는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또 국어인 일본말을 학교에서 제일 많이 배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본문 18쪽에서



호아는 길가에 늘어선 흰색 물결 사이사이에 시커먼 제목 차림의 순사들이 버티고 서 있는 걸 보았다. 호아의 앞쪽에는 기마경찰이 말 위에 올라탄 채 긴 칼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호아는 괜스레 등골이 서늘해졌다. --- 본문 136쪽에서



일제는 1919년 삼일 운동을 계기로 문화 정치로 식민지 지배 전략을 바꾼다. 그 결과 이전에 비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조금은 허용되었고, 그 동안 전래되었던 근대 문물 역시 더욱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종로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차, 교환원을 통해 연결되었던 전화, 그리고 선 없이 멀리 있는 소리를 전해 주던 라디오까지…… 식민지라는 삼엄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신기한 근대 문물에 설레고 흥분되었다. 때론 낯선 근대 문물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생길 정도였다.



“…… 전화가 울리자 곁에 있던 신하가 전화를 향해 큰절을 네 번 연거푸 하더구나. 그런 다음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수화기를 귀에 댔단다. 임금의 전화를 받기 위해 신하들은 그런 예절을 갖추어야 했던 게지.” --- 본문 58쪽에서



근대 문물은 사람들의 생활을 무척이나 편리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에서 우리 민족은 이 문물의 진정한 주인이자 수혜자는 아니었다. 근대 문물은 일제의 지배 수단으로, 수탈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래도 더 나은 길, 옳은 길을 꿈꾼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화를 독립 운동의 연락망으로, 라디오를 민족 단결의 외침으로 활용하여 근대 문물을 독립의 수단으로 쓰고자 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문화의 종이 아닌 주인으로 새 시대를 열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일제 강점기의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호아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채로운 사건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그려 내고 있다. ‘그때 누군가 보고 겪은 이야기’로 그 시절의 우리 역사를 생생하게 담아낸 것이다.





독립의 희망은 라디오를 타고…….



호아와 경수는 종로를 조금 지난 동네 북촌에 산다. 청계천을 경계로 북쪽에 속하는 북촌은 조선 사람들의 뿌리 깊은 지역이다. 반면 일본인이 주로 사는 청계천 남쪽 남촌은 최신식 건물과 으리으리한 상점이 늘어서 있다. ‘북촌의 하늘은 어둡고 남촌의 하늘은 밝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조선인의 마을 북촌은 일본인의 마을 남촌에 뒤쳐져 있다. 서양에서 온 선교사 메리 할머니는 호화로운 저택에서의 안락한 삶을 내려놓고, 조선 사람들 속에서 조선 사람처럼 살기 위해 북촌에 터를 잡는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식민지 조선을 구제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헌신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북촌에서 메리 할머니는 호아의 부모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일제에 강제로 토지를 뺏긴 호아의 부모는 상경하여 호아를 낳는다. 몸이 약한 엄마는 호아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마저 야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 순사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호아를 떠나간다. 메리 할머니는 엄마, 아빠를 대신하여 호아를 살뜰히 보살피며 키운다. 할머니는 독립 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된 뒤엔, 미국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 투고하고 조선에 대한 책도 펴낸다. 외국인이지만, 저널과 출판이라는 근대 문물을 조선 독립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은 조선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메리 할머니뿐 아니라 일제의 토지개혁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호아네 부모, 일제의 핍박에 내몰려 독립 운동에 투신하는 호아의 아버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밤늦도록 토론하는 경수를 비롯한 학생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아픈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호아는 맘속 깊이 외로움과 아픔을 갖고 있지만, 언제나 밝고 당당하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도 잘하고, 고아라고 놀리는 친구와 맞붙어 싸우기도 한다. 전화국 감독에게 사람다운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일본 순사에 맞서기도 한다. 이런 호아의 모습은 마치 암울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일제에 맞서 독립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호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근대 문물인 라디오를 통해 조선 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민족 독립을 꿈꾸는 우리는 하나임을, 우리가 하나인 이상 우리의 봄은 멀리 있지 않다고 알려 준다. 그리고 봄이 오는 순간까지 의지를 꺾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는다. 라디오를 타고 독립을 염원하는 호아의 목소리가 끝까지 여운을 남긴다.



“…… 우리의 봄은 멀리 있지 않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빼앗긴 봄을 되찾는 그날까지 이 방송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조선의 동포 여러분, 지금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고, 당신과 내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지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니까요.” --- 본문 15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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