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좌파 음식우파

음식좌파 음식우파

  • 자 :하야미즈 켄로
  • 출판사 :오월의봄
  • 출판년 :2015-09-2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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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을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 선택이 곧 정치다



음식 안에 담겨 있는 현대인의 정치 성향




“음식 문제는 국가의 정치체제, 경제 사상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한 거시 담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때로는 더 친근하고 모든 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개별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커다란 정치체제를 선택하는 게 큰 의미를 상실한 21세기에는 오히려 이데올로기 대립이 더 두드러지는 정치 문제가 음식을 둘러싼 갈등일지 모른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이 화제다.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연일 인기를 끌고 있다. ‘설탕’과 ‘소금’ 사용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이만큼 한국인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들이 간과하거나 숨기고 있는 것도 있다. ‘먹는 것은 곧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음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그런 탓에 ‘음식’ 자체에 담겨 있는 수많은 의미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음식 재료’에는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이 그날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건 누구에게나 매일 발생하는, 그 사람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된 행위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 외식으로 해결하는 사람, 주말에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 냉장고가 항시 식재료로 넘쳐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요리하는 사람. 뭔가를 취사선택하고 뭔가를 거부하는 것이 바로 정치 선택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건 한 나라, 아니 전 세계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던지는 소중한 한 표나 마찬가지다라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어느 쪽의 음식을 소비할지는 어쩌면 투표보다 더 정치적인 행위인지도 모른다. 음식 문제는 국가의 정치체제, 경제 사상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한 거시 담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음식과 정치를 연결시켜 행동하거나 사고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점점 더 정치와 음식을 연결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소비 경향이 정치 성향과 연결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이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발언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음식을 통해 현대 일본인의 정치 성향을 도식화하고 있다(비록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와 대입해도 무방한 문제이다). 저자는 ‘먹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라는 이 도식화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개개의 의견, 즉 정치 성향이라는 건 전체 의견 속에 제각기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떤 입장이 있으며 누구와 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이들과 대립하며 이익을 달리할까 등을 보여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것이 국가체제, 경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빈부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달라지는 현실, 갈수록 양극화되어가는 음식문화를 정치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음식이란 테마를 통해 좌파와 우파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도 있다. 곧 ‘음식 좌파, 음식 우파’라는 구분을 통해 지도를 그리면 현대인의 정치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며 자신이 ‘음식 우파’에서 ‘음식 좌파’로 전향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개개인을 모두 정치사상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취사선택하는 게 곧 뭔가를 거부한다’는 의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이미 그 자체가 작은 정치 선택에 해당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건 이 나라, 아니 전 세계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던지는 소중한 한 표나 마찬가지다.”





음식의 정치 지도를 그려보자



현재 일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저자는 일본인은 ‘음식으로 연결된’ 민족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자유를 국가 통합의 이념으로 삼고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 아래 국민을 하나로 묶지만 일본 사회를 통합하는 기본 요소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민식’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데서도 드러나고, 라멘 가게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에서도 드러난다고 한다. ‘라멘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독특한 도덕관을 일찍부터 익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에는 별로 민주주의 의식이 없다가도 먹는 문제가 터지면 금세 하나가 되어 그때까지 잠재되어 있던 민주주의 의식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으로 일본인이 하나가 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한다. 전 국민이 즐기던 ‘국민식’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음식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 건강을 지향하는 슬로푸드와 메가푸드라는 하류 지향의 양극화가 그것이다. 고소득의 승자 그룹이 야채를 중심으로 한 저칼로리 식품을 선호하는 데 반해, 소득이 낮은 패자 그룹은 저가인 고칼로리 음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처럼 빈부 격차 등의 이유로 현재 일본의 음식 소비는 양극화되어가고 있다(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러한 분열과 계층화, 가치관 차이 등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야말로 음식의 정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둘러싼 지도를 그리면 현대인들의 정치의식이 명확히 드러날 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가로축 양 끝에 글로벌리즘과 지역주의를 놓고, 세로선 위쪽에는 건강 지향을 아래쪽에는 정크 지향(저자, 양 중시)을 놓았다. ‘반농약, 반화학비료, 반대규모 농업’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건강을 지향하고 지역 음식을 중히 여기면 ‘음식 좌파’, 산업화가 진행된 음식 소비자들, 즉 양을 중시하고 글로벌한 식품을 즐기면 ‘음식 우파’로 봤다. 거대한 양만을 중시하는 이들은 ‘음식 극우’로 붙였다. 그리고 음식 좌파 쪽으로 향해야 세상이 더 좋게 바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음식 좌파, 음식 우파는 누구인가



저자가 말하는 음식 좌파란 음식 지도의 지역주의의 건강 지향 측에 있는 사람들로 “공업화 산업화되는 음식 세계를 자연스럽고 지속가능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음식이나 농업을 단순히 자유 경제, 시장 논리에 맡겨버리면 ‘규모의 경제’, 즉 집약, 대량생산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곧 식품 안전성에 대한 위기나 집약적 농업으로 생기는 환경 파괴, 부당한 가축 이용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게 음식 좌파 쪽에서 나오는 자본주의 비판이다. 그동안 음식 좌파는 정치활동이 아닌 소비 형태로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음식 좌파에게도 모순은 있다. 음식 좌파는 ‘지역의 전통 조리법이라는 보수주의 요소를 가진 좌파 운동’이란 태생적 모순을 안고 있다. 또 음식 좌파가 기존 좌파의 정의와 거리를 둔 대표적 요소가 바로 ‘약자에 대한 배려’다. 좌파가 지닌 본분에는 ‘약자 편에 선다’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산층의 소비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된 음식 좌파가 가진 반과학주의는 세계의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난 가능성에 매우 냉담하다. 유기농법의 보급이 세계 기아에 치명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지금 같은 인구 증가 속도에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처하려면 더 광대한 농지 개간이 필요하다. 식물 생산량을 늘려야 할 시대에 농업을 유기농 재배로 대체하는 건 전 세계 단위로 봤을 때 심각한 자연 파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음식 좌파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는 게 세계 빈곤층에게 위협이 된다는 딜레마도 있다. 음식 좌파가 펼쳐온 운동이 중산층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측면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해 유전자조작작물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도 다시 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음식 우파는 산업화된 음식을 선호한다. 그런 나머지 음식을 통한 이 사회의 변화 양상에 무관심하다. 또 인스턴트 지향성이 과도해지며 건강한 음식 소비를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양이 많아야 하고, 싸고 맛있는 것만을 원하는 그들의 선택은 음식문화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유통, 소비, 노동 등에 관한 관점도 경시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대중의 건강한 식생활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느새 음식문화는 획일화되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동일한 프랜차이즈에, 동일한 메뉴가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음식문화가 갖는 고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친환경, 오가닉으로 대표되는 음식 좌파들의 건강한 음식문화를 음식 우파들이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곧 음식 좌파와 음식 우파가 지닌 각각의 장점을 도입해 양 진영이 가볍게 여기거나 외면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음식 우파였던 자신이 음식 좌파로 변하게 된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기도 한다.

그는 소비자의 역할, 즉 구매 행동을 통한 사회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이상으로 여기는 음식 좌파는 정부를 향해 직접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시장을 만들고 소비에 의해 사회를 바꿔가려는 존재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거시적인 담론상의 정치 선택이 중시되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더 세부적이고 세밀하게 대응해야 할 개별적 정치 문제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교육, 환경, 에너지, 의료, 농업 등 실제 시민들의 삶에 더 밀착한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음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는 절대 기존의 단일 이데올로기만으로 답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문제의식의 기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좌파, 우파 담론 대신 음식 좌파, 음식 우파 담론을 꺼내들며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인의 정치 성향, 사회 변화 등을 논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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