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시프트, 시간을 사고파는 새로운 세상에서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진다!
‘시간 = 돈’으로 여기는 엄마의 철두철미한 시간 관리 속에서
로봇처럼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년 지오, 첫사랑 시아를 둘러싼
타임 시프트의 위험한 비밀과 맞닥뜨리는데…….
이제, 시간을 지키기 위한 지오와 시아의 전쟁 같은 모험이 시작된다!
부유한 사람들은 시간을 사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을 팔아서 풍요로운 삶을 꿈꾸다!
시간을 사고파는 미래 세계를 통해
시간의 가치를 되새기다!
《타임 시프트》는 《하이킹 걸즈》로 제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고, 십 대들의 일상과 고민을 참신한 발상과 소재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 온 김혜정 작가의 첫 어린이 장편 동화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에 큰 가치를 매기고 효과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시간에도 가격을 매긴다면, 하루 24시간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타임 시프트》는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미래 시대를 통해 시간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타임 시프트’라는 최첨단 의학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인간의 신체 나이를 결정하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판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시간 유전자를 사서 오래 살 수 있고, 자신의 시간 유전자를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그야말로 ‘시간=돈’인 세상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할까.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기 위해 엄마의 철두철미한 시간 관리 속에 살아가는 열두 살 지오, 가난하게 오래 살기보다 시간을 팔아 부유하게 살기 원하는 엄마, 시간을 팔아 안정적인 삶을 일궜지만 친구들보다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우울해하는 아빠, 시간을 파는 대신 가난한 삶을 선택한 이모, 시간을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오히려 삶이 지루해진 부자 미스터 리 등등.
이렇듯 이 작품은 시간을 사고파는 상징적인 세계를 통해 시간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과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창조해 냄으로써 독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시간의 주인일까? 노예일까?
현재는 지금 누려야 할 소중한 순간!
이 책의 주인공 지오는 계획대로 시간을 사용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스케줄러를 통해 엄마의 철저한 감시 속에 살아간다. 가끔은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시하는 황금빛 미래, 남들보다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성공적인 삶을 지오 스스로도 원하기 때문에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딘다.
하지만 첫사랑 시아 누나가 불법 거래소를 통해 시간 유전자를 판 초등학교 동창 유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오의 일상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유나는 아빠의 수술비를 위해 또다시 불법 거래소에서 시간 유전자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타임 시프트 재단은 공식적으로는 미성년자의 시간 유전자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했지만, 뒤로는 불법 거래소를 통해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시간 유전자를 잘라 내면 성장뿐만 아니라 생명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오는 유나를 구하기 위해 엄마가 세워 준 계획이 아닌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시간을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이성 친구에 대한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경험하기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고, 기상 시간을 어기고 늦게까지 자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오는 미래를 위해 지금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한다면, 그 시간은 영영 누릴 수 없는 과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간다.
이처럼 이 책은 늘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이던 지오가 유나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시간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며 현재에 누려야 하는 즐거움들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또한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지오와 유나의 변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알려 준다.
내용 소개
나의 소원, 시간을 팔고 싶어!
나는 이미 두 번이나 티-에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간 영재 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올해도 시간 영재 학교 입학에 실패하면 영영 기회가 없다. 시간 관리사인 엄마가 짜 준 스케줄로 움직이는 다른 아이들은 대개 3, 4학년 때 시간 영재 학교에 합격했다. 그 아이들은 나보다 일이 년을 앞선 셈이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내가 견딜 수 있는 것은 시아 누나가 있기 때문이다. 시아 누나에게는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까지 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누나는 자기보다 어린 남자는 남자친구로는 별로라고 했다. 나는 빨리 스무 살이 돼서 시간을 팔고 싶다.
시아 누나는 고아다. 이 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그때 누나는 혼수상태로 두 달 동안 병원에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누나는 보육원에서 살았다. 스무 살이 되면 보육원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할 비용을 모으는 중이었다. 그런 누나에게 최신 링커는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물건인 셈이었다. 나중에 시간 유전자를 팔면 시아 누나에게 꼭 최신 링커부터 선물해야겠다. 26쪽
기억을 줍는 사람
시아 누나는 메모리 디 바이러스 때문에 열네 살 이전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 나는 친구 가람이를 통해 시아 누나에게 손상된 기억을 되찾아 주는 기억을 줍는 사람을 소개해 준다. 그런데 시아 누나는 기억을 줍는 사람을 만나고 온 뒤로 이상해졌다. 말수도 줄어들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며칠 뒤 거리에서 이상한 아저씨와 함께 가고 있는 시아 누나를 발견한다. 누나는 그 아저씨가 자신의 아빠란다. 지금까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 놓고 이제 와서 아빠라니!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시아 누나는 당황스런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혹시 저 아저씨가 누나를 납치하려던 건 아니에요? 경찰 부를까요?”
내가 링커로 경찰에 연락을 하려고 하자 시아 누나가 다급히 내 손을 잡았다.
“아니야, 지오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누군데요?”
시아 누나가 잠시 남자를 쳐다보며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우리 아빠야.”
“네?”
그동안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이 행동하더니 이제 와서 아빠라고?
“지오야, 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았어. 아빠는 돌아가신 게 아니었어.”
“네? 기억을 되찾았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지금 좀 바빠. 나중에, 나중에 꼭 설명해 줄게. 그럼 다음에 보자.” 66~67쪽
이상한 우연
나는 가람이를 통해 시아 누나가 유나라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유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아이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단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유나’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온몸이 초록색 반점으로 뒤덮여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유나는 그런 나를 초록 꼬마 괴물이라고 불렀다.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진지하게 부탁까지 했지만, 유나는 일 년 내내 나를 꼬마 초록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 이유나를 다시 만났다. 왜 시간 유전자를 팔게 되었는지, 왜 이유나가 아닌 윤시아로 살아야 하는지 조금도 관심 없다. 나는 이유나도 윤시아도 다 잊을 거다.
나는 시아 누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누나가 정말 유나와 닮았을까 봐 두려웠다. 심장이 계속 쿵쾅거렸다. 얼른 물어보고 싶었던 말을 꺼내야 한다. 그래야 이 두근거림을 끝낼 수 있다.
“그때 만난 아저씨 말이에요. 진짜 누나네 친아빠 맞아요?”
“맞아, 우리 아빠야.”
“그럼 누나, 혹시 이유나라고 알아요?”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시아 누나를 쳐다보았다. 누나가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역시 1번이 맞나 보다.
“그렇죠? 좀 전에 가람이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이유나라는 애 정말 모르는 거 맞죠?”
나는 시아 누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나,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시아 누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꼬마 초록 괴물.” 79~82쪽
불법 티-에스 거래소
나는 유나를 마지막으로 볼 생각으로 보육원에 찾아간다. 유나는 아빠를 위해 다시 한 번 시간 유전자를 팔겠다고 한다. 나는 유나를 말리려고 했다가 오히려 화를 내고 헤어지고 만다.
다행히 며칠 뒤 불법 거래소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나는 유나가 시간 유전자를 팔지 못할 거라고 안심을 한다. 하지만 이모에게 놀러갔다가 여전히 불법 티에스 거래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법 티에스 거래소에서 시간 유전자를 잘라내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다. 나는 급히 유나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유나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모는 불법 거래소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한꺼번에 무리해서 시간 유전자를 잘라 내다가 식물인간이 된 사람도 있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불법 거래소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미성년자의 시간을 판매하는 거야.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시간 유전자를 잘라 내면 성장 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위험할 수 있어. 실제로 몇 년 동안 성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아이도 있고, 몸의 기능 일부가 완전히 망가진 아이도 있어.”
유나 역시 시간 유전자를 잘라 내다가 의식을 잃어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있었다고 했다 .
“지금은 불법 거래소에 기술을 넘긴 티-에스 재단 쪽 사람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어. 누가 불법 거래소를 운영하는지, 불법 거래소가 몇 군데나 더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네.”
“그럼 지금도 불법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단 말이야?”
“아마도 그럴 거야 .” 107~108쪽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유나는 아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시간 유전자를 팔려고 한다. 나는 유나가 불법 거래소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나를 데리고 유나의 아빠에게서 도망친다. 이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빛시에 가지만 이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유나의 제안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지어진 지 백 년도 넘은 놀이공원에 간다. 우리는 마치 처음부터 놀이공원에 오기 위해 한빛시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유나와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이킹을 탈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바이킹에 올랐다. 나는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유나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혀를 날름 내밀더니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유나를 따라 뒷자리로 가 앉았다.
바이킹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서 바이킹도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 우리가 앉은 쪽이 높이 치솟았을 땐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다.
어느새 유나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도 덜 무서울까 싶어 막 소리를 내지르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유나가 가로대를 잡고 있는 내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 안 그래도 높이 올라가는 바이킹 때문에 가슴이 정신없이 뛰는데, 유나 때문에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가로대를 놓아 버리고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125쪽
사라진 유나
유나는 결국 아빠를 살리기 위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모와 함께 유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는 마침 유나가 사는 보육원을 후원하는 이유안 이사장, 미스터 리가 유나에 대한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고 미스터 리를 만나러 병원에 간다. 나는 기지를 발휘해 미스터 리의 병실에 들어가게 되고, 미스터 리의 도움으로 불법 거래소 정보가 담긴 초소형 칩을 찾게 된다. 다행히 시간 유전자를 잘라내기 전에 유나를 찾는다.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유나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유나가 무사하길. 그러면 나를 놀렸던 걸 가지고 두 번 다시 원망하지 않을 테고, 나에게 꼬마 초록 괴물이라고 불러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유나를 용서할 거다. 아니, 이미 다 용서했다. 그리고 유나에게 솔직하게 말할 거다. 사실은 아직도 널 좋아한다고. 네가 시아 누나가 아닌 유나여도 여전히 좋아한다고.
“지오야.”
이모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모를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 찾았대.” 148~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