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싯다르타

  • 자 :헤르만 헤세
  • 출판사 :열림원
  • 출판년 :2016-05-1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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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 안에 있는 근원의 샘물을 찾아내야만 한다’

『데미안』 집필 이후,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 우울감 속에서

헤르만 헤세는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바보 같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가?

혼탁한 세상에서 피워낸 한 송이 연꽃 같은 위안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쓴 인도에 관한 문학. 제목과 부제에서 ‘지루하고 교훈적인’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헤르만 헤세가 192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싯다르타』는 그 사상적 깊이는 차치하더라도 드라마틱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면에서 현대의 소설들을 넉넉히 압도한다. 마흔다섯의 헤세가 『데미안』 발표 이후 극심한 우울감으로 정신 상담을 받는 시기에 구상, 집필하고 발표한 소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로 대표되는 『데미안』의 내면 탐구는 『싯다르타』에서도 이어지며, 결국 작품의 말미에서 헤세는 ‘해답’을 내놓는다. ‘바보 같은 세상’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우리가 오늘날 이 책을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열림원은 지난 달 〈헤르만 헤세 컬렉션〉을 시작하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첫 권으로 내놓았다. 선교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그 자신이 신학교에 입학했다 자퇴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기독교 문화와 관계가 깊은 헤세이지만, 동양, 특히 인도의 사상 또한 그의 한 면을 지탱했다. 헤세의 외할아버지는 저명한 인도학자였고, 그의 외사촌 빌헬름 군데르트 또한 동양학, 특히 중국과 일본의 불교에 정통한 이름난 학자였다(헤세는 『싯다르타』의 2부를 그에게 헌정했다). 소설 『싯다르타』를 헤세 자신의 사상서로 봐도 틀리지 않을 만큼 헤세는 이 작품에서 세상 속에서 인간이 맞닥뜨리는 무수한 고민들을 풀어놓고 치열하게 그 답을 찾아 나선다.





인도 브라만 계급 두 청년이 노년에 이르까지 걸어가는 구도의 여정,

깨달은 자와 구하는 자가 헤어지고 만나는 눈부신 순간을 그려내다




『싯다르타』는 브라만 청년 ‘싯다르타’와 친구 ‘고빈다’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걸어가는 다양한 구도의 길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브라만으로 날마다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하는 의식을 행하며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던 ‘싯다르타’는 어느 날, 명상 중에 깊은 회의에 빠진다. ‘존경받는 브라만인 아버지, 최고의 스승들, 그들은 과연 행복한가? 그들 또한 끊임없이 목말라하는 구도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싯다르타는 끝없는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근원의 샘물, 즉 참나를 찾기로 결심한다. 함께 브라만의 길을 걸어가던 친구 고빈다가 싯다르타를 따른다. 수행 면에서 스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싯다르타, 그가 가는 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두 청년은 고행 수도승이 되어 고통스러운 수행에 몸을 맡긴다. 갈증과 추위를 극복하고, 숨과 맥박을 조절하며, 자아를 없애고 명상 속에서 왜가리가 되고, 죽은 자칼이 되고, 돌, 나무, 물이 되었다. 명상은 더욱 깊어져 자기 자신을 죽이고 공(空)이 상태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지만 단지 그뿐, 명상의 끄트머리에는 다시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윤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좌절에 빠진 싯다르타의 귀에 ‘고타마’에 대한 소문이 들려온다. 세상의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한 고타마, 두 청년은 그를 찾아 또다시 여정에 오른다.

고타마가 머무르는 제따와나 숲. 그곳에서 첫 번째 헤어짐의 순간이 찾아온다. 고타마의 제자가 되기로 한 고빈다와 달리, 싯다르타는 숲을 떠나 깨달음의 순례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깨달은 붓다의 가르침은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가르치지요. 바르게 사는 법, 악을 멀리하는 법 등을요. 그러나 한 가지, 아주 분명하고 또 존중받아야 할 가르침 하나는 거기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세존이 직접 무엇을 체험했는지, 다시 말해 수만 명의 깨달으신 분들 가운데 고귀하신 붓다만이 체험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에 얽힌 비밀 하나는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세존의 법문을 들었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 알게 되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제가 순례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나은 다른 가르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런 가르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모든 가르침, 모든 스승들을 떠나려고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제 스스로 이루거나, 그렇지 않다면 죽고 싶을 뿐이지요. _본문 53쪽





아름다운 여인, 부(富)… ‘최초의 인간’ 앞에 펼쳐진 바보 같은, 황홀한 세상



깨달음은 가르침을 통해 전해질 수 없다고 확신하고 고타마를 뒤로한 싯다르타는, 어떤 의미에서 ‘최초의 인간’과도 같다.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그는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의 마음을 얻고, 대상(大商) 카마스바미의 신임을 얻어 장사를 배워 큰 부를 누린다. 싯다르타의 성공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그가 깨달음을 추구하며 배우고 익힌 것들에서 비롯되었다.



강물에 돌을 던지면 돌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강바닥에 가라앉아요. 싯다르타가 목표를, 계획을 세운다면 그렇게 될 거예요. 싯다르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싯다르타는 기다리고, 생각하고, 단식정진합니다. 돌이 물속으로 가라앉듯이 세상의 일을 관통하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마음 쓰지 않고 말이지요. 이끌려 가게, 가라앉게 내버려둡니다. 그의 목표가 그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그가 자신이 세운 목표에 역행하는 것은 그 무엇도 마음에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싯다르타가 사문들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바보들은 이것을 마법이라고 부르고, 귀신들이 이것을 행한다고 생각하죠. 귀신들이 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요. 귀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누구나 마법을 부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_본문 90~91쪽



이루기로 마음먹은 것을 모두 이룬 싯다르타는 그러나 변해간다. 술과 도박에 빠지고,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놀이와 같이 그것을 즐겼지만, 갈수록 초조해하고 성패에 연연하게 된다. 사십 대에 접어들어 흰 머리카락을 내보이게 되었고, 피어나는 꽃과 같았던 연인 카말라의 얼굴에서는 피로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 자신이 경멸해 마지않던 불쾌함이 그의 얼굴에서 엿보이기 시작했을 때, 싯다르타는 꿈을 꾼다. 꿈에서 그는 새장 속에서 죽은 새를 길 위에 내던지는데, 그 순간 큰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과 얻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는 모든 것을 두고 떠난다.





깨달음은 말이 될 수 없지만, 그것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싯다르타』의 소설적 묘미는 ‘싯다르타’와 ‘고빈다’의 만남과 헤어짐에 있다. 모든 것을 두고 목적지도 없이 길을 떠난 싯다르타의 마음속에는 사실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죽음. 깨달은 자 고타마 앞에서 당당하게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제 스스로 이루거나, 그렇지 않다면 죽고 싶을 뿐’이라고 선언했던 싯다르타는 결국 죽음이라는 길을 택한다.



실패한 삶의 형상을 때려 부수는 것, 그리하여 비웃는 신들의 발치에 그것을 내던져버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 그가 증오했던 형상을 파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리워했던 돌파구였던 것이다. 물고기들이 뜯어먹어도 좋았다. 싯다르타라는 속물을, 제정신을 잃어버린 남자를, 망가지고 썩어가는 몸뚱어리를, 맥이 풀리고 학대받은 영혼을! 물고기들과 악어들이 그를 먹어치워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악마가 그를 갈기갈기 조각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_본문 125쪽



그러나 그 순간, 싯다르타는 벼락같이 완전한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십 년은 지난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자신 앞에 앉은 채로 잠든 한 남자, 고빈다와 재회한다. 고타마의 제자가 되어 오랫동안 수행의 길을 걸어가던 고빈다가 위험한 곳에서 잠이 든 한 남자(고빈다는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한다)를 보고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그의 곁을 지킨 것이다. 먼저 친구를 알아본 싯다르타 덕분에 둘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지만, 현재의 모습에 대한 대화일 뿐, 이 둘은 다시 헤어져 자신의 길을 간다.

잠에서 깨어난 싯다르타는 강의 모습에 깊은 사랑을 느끼고 강물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후 싯다르타의 삶은 ‘강’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그러나 강은, 카말라와 카마스바미의 인간 세상이 그랬듯이, 싯다르타에게 또 한 번 깨달음을 위한 경험을 요구한다.

『싯다르타』의 마지막 장은 ‘고빈다’이다. 평생 계율을 지키며 젊은 승려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그는 마지막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현자로 추앙받고 있는 강가의 사공을 찾아 나선다. 고빈다는 사공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 날 길을 떠나기 전에 사공에게 단 한 가지라도 좋으니 가르침을 달라고 청한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러나 고빈다는 끝내 현자의 입에서 나오는 ‘단 하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다. 다만 그, 사공이 된 싯다르타의 미소를 볼 뿐이다. 강가에서의 싯다르타의 뜨거운 경험, 싯다르타와 고빈다와의 대화는 작품을 직접 읽는 독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다. 다만 작품은 이러한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싯다르타의 미소는 고빈다로 하여금 그가 평생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일찍이 그의 삶에서 가치 있고 성스럽다고 여겨졌던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_본문 210쪽





열림원 〈헤르만 헤세 컬렉션〉



〈쥘 베른 컬렉션〉(김석희 옮김)을 펴낸 열림원에서 새로운 작가 컬렉션 〈헤르만 헤세 컬렉션〉을 선보인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했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헤세의 본격 사상서라 이를 만한 『싯다르타』 등 헤세가 그려낸 인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표작들을 엄선하여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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