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자 :홍서윤
  • 출판사 :생각비행
  • 출판년 :2016-07-3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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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떠나는 휠체어 여행



이 책의 저자 홍서윤은 10살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마 아이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로 살아간다는 건 비련의 여주인공만큼이나 슬픈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20년간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겪으며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아무렇게나 들이대는 사회적 편견에 이골이 났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KBS 1TV 정오 뉴스의 〈생활뉴스〉 장애인 앵커로, 그리고 관악산에 운둔하는 석사 나부랭이로 두 가지 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UN 사무국 인턴에 합격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던 지인이 올린 행복한 사진에 이끌린 홍서윤은 스위스로 휠체어 여행을 결정한다.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그녀는 결국 7개 나라 25개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 홀로 떠난 유럽 여행은 삶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없나?



‘제네바 통신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동생이 올리는 사진에는 일상의 여유로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것이 심장을 찌릿찌릿 자극하기 시작했다. 홀린 듯 제네바 통신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고 말이다. 그녀의 짧은 답장에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후에도 그녀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버스는 어떠한지, 여행지는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지겨울 만큼 많은 질문을 해댔지만, 그녀는 스위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아주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꼭 와. 언니가 오면 정말 좋아할 거야.” 이 말에 이끌려 결국 홍서윤은 취리히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10살 때 사고를 당하고 난 뒤 학교도 제대로 출석하지 못하고 집과 병원이 외출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방학이면 언제나 사촌 언니인 ‘루씨’가 찾아왔다. 촌수가 무의미할 만큼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루씨. 해외여행 중이던 그녀와 스위스에서 만나 일정을 함께하기로 계획했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떠난 저자를 향해 ‘대단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대단해져버렸다.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게 전부였는데 자꾸만 대단하다고들 한다. 장애인 혼자서 장거리 비행, 장거리 여행을 하는 일이 대단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처럼 평범한 일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스위스에서 저자의 바람은 일상이 되었다. 휠체어로 버스와 기차를 타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도 쉽게 탈 수 있었다. 자갈과 흙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데만 두어 시간이 걸렸지만, 해발 2970미터의 쉴트호른을 휠체어로 올랐다. 휠체어를 타고 대자연을 만끽하는 기분이란! 감회가 새로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한국에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 지 20년. 사소한 두려움부터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까지 수없는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불안한 미래, 뒤처지는 느낌에 더 이상 추락할 곳을 찾지 못하는 때면 홍서윤은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스위스에서 쉴트호른을 오른 홍서윤은 용기를 내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어를 몰라 예약하는 일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걱정만 한다고 일이 진척될 리는 없었다.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나서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패러글라이딩을 도와주는 곳을 소개받아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홍서윤을 태운 패러글라이더가 낙하산 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날개가 되어줄 하얀색 낙하산이 공기를 가득 품고 크게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감돌았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와 거친 바람 소리만이 귓가에 스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슴츠레 실눈을 떴다. 발아래 인터라켄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강, 멀리 보이는 툰(Thun) 호수와 알록달록한 지붕 그리고 맞은편에 보이는 융프라우까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나 지금 날고 있어요? 날고 있어! 와우! 정말 예쁘다!”

새장에 갇혀 살던 새가 새장을 벗어나 하늘을 만나는 기분이 이런 걸까? 가슴속 깊숙이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느낌에 울컥 눈물이 나려 했다.

‘하늘을 날다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다니! 용감해! 잘했어, 홍서윤! 장하다!’

하늘을 날아오른 그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응원하고 축하해주었다. 세상의 거센 바람이 어쩌면 마음속 불씨를 더 크게 타오르게 하는 따뜻한 바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그 치유의 힘을 믿는다



2015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지난번 스위스 여행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혼자서 떠나는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준비했다. 매일 밤 노트북 앞에 앉아 어디를 갈지, 어떻게 갈지, 어디서 잘지, 무엇을 할지 궁리했다. 열흘 뒤 드디어 여행 루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석 달에 걸쳐 숙소와 교통편, 관광 명소 티켓을 예약하고, 장애인 여행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쾰른/아헨-몽샤우-브뤼셀-브루게/겐트-암스테르담-잔세스칸스-코펜하겐-스톡홀름-파리-뮌헨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세웠다. 2015년 9월 한 달 동안 여섯 나라, 열다섯 도시를 탐방하기로 마음먹었다.

휠체어를 타면서부터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미궁 속을 걷는 기분이 든 적도 있었다.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 선 것이라기보다는 달리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 쫓아갈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대로 증발해버리고 싶을 만큼 좌절했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는 한 달여 동안 홍서윤은 조금 더 성장했다. 여행을 통해 좀 더 대범해지고 용감해졌다. 혼자서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치더라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아니, 조금 겁이 나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은 인간의 독선적 아집을 깬다고 했던가? 여행은 공간을 초월하여 스스로를 가두었던 틀을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유럽에서 혼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분명 홍서윤을 변화시켰다. 그 소중한 경험은 20대의 마지막 추억이자 30대의 삶에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홍서윤은 자신이 경험한 도전, 자유, 용기를 절망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외출조차 두려워하는 많은 장애인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여행, 그 치유의 힘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7개 나라 25개 도시를 휠체어로 누비면서 느낀 경험을 기록한 책,《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한 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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