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인류

쓸모인류

  • 자 :빈센트, 강승민
  • 출판사 :몽스북
  • 출판년 :2018-12-1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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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제 쓸모를 찾는 일.막상 해보면 다 어렵지 않은 일들이야.””



어느덧인생쓸모를다한것같아헛헛해진 40대중반의남자와청춘보다더에너제틱한 67세 빈센트의이야기는금세나를사로잡았다. 나도이대화에한자리끼어들어‘어른의 쓸모’에대해이야기나누고싶어진다. 빈센트의부엌에서그가손수

만드는못난이빵을먹으며그의삶을가까이지켜보고싶은욕구가생긴다.

이제라도늦지않았음을깨닫고싶은이들, 이렇게 ‘차곡차곡’의방법으로삶을다시세팅해보고싶은젊은이들에게도권하고싶은책이다.

―김정운(문화심리학자,『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저자)



“당신의 인생, 잘 만든 드라이버만큼 유용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른의 삶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흔이 넘었지만 저자 역시 그 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인생이다.

저자 강승민은 한때 잘나가던 기자였다.독자들의 관심을 얻은 특종 기사를 수도 없이 터뜨렸고 필력 좋은 기자로 조직의 인정도 받았다.탄탄하게 회사 생활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지내던 시절이었다.문재인,이영애도 만나보고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냈다.그들만큼은 아니어도본인 역시 적당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평탄하던 시절은 지나가버렸다.인생의 ‘Stop' 신호가 켜진 듯한 기분이 어느 순간 밀려왔다.

시대 변화와 함께 하던 일은 사양산업군에 들어갔고 회사의 분위기는 이전 같지 않았다.출근길이면‘오늘뭘할까’가탐탁지않았고, 퇴근길에는‘이렇게살아도되나’로어수선했다. 그게오래예고된 Stop 사인이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처럼 ‘멈추라’는 사인이 깜빡거림을 지속했다. 익숙한 걸음을 멈춰야 했다.

15년동안 지속해온 삶을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몸으로 하는 일을 찾아 대형마트에서 피자 굽는 일을 시작했다. 적당히 몸을 쓰고 근근하게 밥벌이가 되는 곳에서의 새로운 삶.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40대 중반의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어느덧 인생 쓸모를 다한 게 아닌가 하여 헛헛해졌다. 무엇보다 ‘나 가진 쓸모’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았다.



서툰 어른들을 위한 빈센트의 생활 철학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동네 한옥에 이사 온 빈센트를 만났다.

우리 나이로 예순 일곱, 은퇴 이후의 삶에 속하는 빈센트의 일상은 강승민에게 인생의 어떤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

한창 리모델링 중이던 빈센트의 한옥 앞은 여느 공사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너저분하게 시작될 공사 현장이지만 집주인은 저녁마다 혼자 남아 집 앞의 도로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빈센트는매일 을지로 뒷골목을 홀로 누비고 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주문 제작했다.집에 필요한 중고 가구를 구입해 한눈에도 그럴듯한 명품 이상의 가치로 만들어내는가 하면외부인들의 시선이 닿는 에어컨 실외기까지 깨끗하게 케이스를 만들어 관리를 했다.

빈센트의 일상은 즐길 것들로 넘쳐났다.아침마다 자신과 아내가 먹을 빵을 직접 구웠고 종종

동네 이웃들을 초대해 음식을대접했다.일상 안에서 제 쓸모를 찾아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요즘 말로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다웠다.

내 생활에 맞게 집을 직접 고치고 필요한 물건을 고안해내고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드는 실천력. 타인의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움직이는 몸이 아니라 제 몫의 쓸모를 찾아나서는 에너제틱한 움직임. 의식주 어느 한 곳도 허투루 방치하지 않는 빈센트는 일상을 통해 생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차곡차곡 던지며 살아왔다. 빈센트의 쓸모가 빛을 발하는 건 그 오래된 ‘차곡차곡’의 과정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눈에 들어왔다.

나이 따위는 잊고 매일 Just do it과 Do it yourself를 실천하는 빈센트에게서강승민은 이 시대 ‘쓸모 인류’의 면모를 보았다. “난 내 삶에 핑계를 대고 싶지 않거든.” “어른이 배워야 할 것들은 따로 있어. 제 쓸모를 찾는 일. 해보면 다 어렵지 않은 일들이야.” 빈센트의지조 있는 행동력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대화 가운데 나오는 생활 철학을 들으며우리 삶에 진짜 필요한 ‘어른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주눅 든 인생 한 복판에서 ‘어른의 쓸모’를 생각하다

책에서 말하는쓸모는 밥벌이 인생의 승승장구를 위한 기술이나 노하우는 아니다.

빈센트, 강승민 두 남자의 대화를 통해 독자는 힘든 날을 버티는 기술, 생활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 인간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을 배운다.

강승민이 빈센트를 통해 발견한 ‘쓸모 인류’의 요소는 이런 것들이다.

1. 삶의 불편함 혹은 불만이 무엇인지 안다.

2. “왜 그럴까?”라며 질문하는 힘을 갖고 있다.

3. 질문과 궁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4. 시행착오의 과정을 담담하게 거친다.

5. 해결의 길목에서 만나는 어쩔 수 없는 실패들에 관대하다.

6. 변수를 생각하고, 제어한다.

7. 건강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한다.

알다시피 ‘쓸모’는 특별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 가진 빛나는 것이 없어 주눅 들고 쳇바퀴 도는 듯한 밥벌이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빛바랜 어른 인생의 반대편에 서면 특별해진다. 저자의 설명대로 우리 삶의 기도 안에는 늘 ‘어딘가에 쓰임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있었으니 말이다.



책 속으로



“난 이 집에서 100년을 살 거야. 사실 집을 고치는 일은 새로 짓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야. 바닥부터 수납공간 하나까지, 모든 걸 신경 썼어.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 없었지. 앞으로 20년 이상 집에 손 안 대고 살려면, 처음 할 때 가능한 한 완벽하게 손을 봐야 해. 결과적으로는 비용 면에서도 그게 더 아끼는 거야. 좋은 제품에는 다 그런 고집이 들어 있어. 난 무슨 일이든 핑계를 대고 싶지 않거든. 뭔가 잘못되면 결국 하는 사람의 책임인 거야. 게다가 주인이 핑계를 대고 대충 하면 일을 맡은 사람들도 대충 하게 돼. 내가 살 진짜 집을 제대로 고치려면, 당신 인생 제대로 살려면, 변명과 핑계를 대서는 안 되는 거야.” 42p 대충 살지 않습니다



“정리 정돈은 일을 시작하기 전의 태도에 관한 것일 수 있어. 내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힘드니까. 난 일을 맡길 때 뭐든 적당주의가 없어. 미리 철저하게 주문을 하기 때문에 결국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지. 게다가 결과물을 놓고 서로 다툴 일이 안 생겨. 그렇게 보면 정리 정돈은 불만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57p 처음은 늘 쉽지 않다



나의 첫 단추는 잘 끼워졌을까. 아니다. 남이 괜찮다고 말했던 편한 길에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얼버무린 삶이라 결국 손이 더 가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재수선을 하자니 투입되어야 할 엄청난 시간과 비용에 덜컥 겁이 난다. 헐거워진 볼트를 다시 조이고 벗겨진 페인트칠을 꼼꼼하게 다시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번에도 적당히 타협한다면 버려지는 일만 남았겠지. 77p 어른의 ‘기회 비용’



빈센트 생각으로는, 남자는 두 가지를 다룰 줄 알면 성공한 어른의 인생이다. 하나는 음식, 하나는 내 손에 맞는 공구들이다. 집 안의 대부분 살림은 남자의 손으로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 남자가 게으른 몸이 되면 작은 문제에도 수리공을 불러야 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빈센트는 어른 허리 높이의 공구 수납장을 갖고 있다. 수납장의 칸마다 제 손에 맞춘 공구들이 정리 정돈되어 있다. 언제나 쉽게 필요한 공구를 찾아 뚝딱 집 안 문제를 해결한다. 공구 수납함에서 물건 고치는 남자와 정리 정돈의 힘을 동시에 발견한다. 111p ‘쓸모 인류’의 물건들



이 사회는 흔히 혁신이나 스타트업 같은 단어에서 젊음을 연결한다. 어른들이 설 자리는 그 시선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나 빈센트의 콘센트를 보면 이 공식도 선입견이다. 삶의 불편함을 바꿀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은 삶의 경험치에 비례한다. 연륜이 기막힌 혁신의 바탕인 셈이다. 콘센트에 방향 표시를 해둘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어떨까. 꽤 디테일하게 나이 듦을 생각한 날이었다. 125p 불편을 참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꺼내기엔 그에게도 나에게도 세월이 많이 흘렀다. 누군가에게 잃어버린 뭔가를 하라고 부추겨봐야 삶에 발목 잡힌 사람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한편으로 자기 살아온 삶만큼 쓸데없는 고집이 붙었다는 것. 부쩍 고집이 붙은 나이는 주변의 말을 듣고 움직일 때가 아니다. 속으로만 지켜보는 나이가 된 게 아쉽다. 141p 다른 풍경의 아침을 만든다



“요리를 배우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잖아. 아무래도 그러기엔 부담이 돼서 요리 책을 보면서 하나씩 독학을 했어. 돌아보면 요리 학원을 안 다닌 게 다행인 것도 같아. 학원에 다녔으면 남이 만든 공식대로 따라 했을 테니까. 내 방식대로 하면서 얻은 게 많아. 간단하면서 소박하고, 정직하면서 건강할 것!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했어.” 149p 익숙한 것의 반대편을 생각한다



“나는 나잇값의 하나가 음식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집이나 차를 사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나이 들수록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지. 더 좋은 건 자신이 먹을 음식을 직접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면 이 사회가 더 점잖고 튼튼해질 거라고 믿어. 왜냐하면 뭐든 정직하게 만드는 태도를 가질 테니까.” 158p 일상의 호기심을 갖는다



삼식이 남편의 반대편에 근사한 ‘요리 인류’가 있다. 빈센트는 ‘요리 인류’의 우수함을 몸소 보여준다. 요리하는 사람의 곁에는 늘 사람들이 모인다. 나이 들면 외로워서 서글프다는데, 빈센트를 보면 사람들이 자주 모여 귀찮을 것만 같다. 조금 오버하면 이런 생각까지 든다. 노년의 ‘고독사’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요리 인류가 되는 일이 아닐까. 뚝딱 요리를 만들고, 그 요리를 맛보려고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면 빈센트는 절대 고독사 할 일은 없지 싶다. 170p 느리게 배운다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 나면 나는 그가 이 시대에는 드문 ‘야생성’을 지닌 인간이라고 해석한다. 그쯤이면 됐다며 적당히 타협하고 마무리 짓는 길들여진 인간이 다수라면, 반대편에 까칠한 습성을 번뜩이며 살아가는 ‘야생 인류’가 있다. 대부분 우리가 그 삶에 들어가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야생성 = 스스로 감당해야 할 지독한 싸움’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지랄하지 않으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아. 물론 그때는 내 인생의 실패였을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바라보면, 그 지랄이 내게 다른 삶을 살아갈 용기를 준 거야. 지랄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기막힌 인생 회복력을 배운 사건이었지. 그때를 돌아보면 삶의 바닥이 절대 삶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201p 한 번쯤 지랄해도 괜찮다



“괜찮아. 아직 40대잖아. 다급할 필요는 없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니까.”

내 게으른 삶에 대한 다그침과 근사한 위로를 동시에 해내다니 빈센트는 타고난 ‘버틀러’였다. 괜히 주눅 들어 살다 보니 잊고 살았다. 40대가 보기엔 20대가, 예순이 보기엔 40대가 그런 나이였다. 208p 뭘 해도 충분히 가능한 나이



“난 너희 세대가 걱정이야. 순응하는 세대잖아. 마음에 들지 않아도 ‘No’라고 할 용기가 없어. 남의 말에 쫓아다니기 급급하고, 밥벌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너희들은 발목 잡힌 세대가 되었어. 한편으로는 재수가 없는 시절을 맞은 건데, 언제까지 재수 탓만 할 거야? 지루하고 싱거운 태도는 요즘 시대에는 경쟁력이 없어. " 220p 싸우는 법을 잊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너나 나나 막막한 인생이지. 막막할 때 필요한 게 뭔 줄 알아? 일부러 ‘착각’하고 사는 거야.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헛꿈을 꾸는 것도 꿈이라고, 그런 착각을 하는 거야. 힘든 시간이 지나면 빛나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는 거지. 누군가에겐 희망 역시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난 알지. 가난하고 운 없는 사람에겐 ‘자발적 착각’이 훌륭한 앤티도트(Antidote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해독제)가 될 수 있어. 게다가 ‘자발적 착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짜니까.” 261p 착각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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